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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Sep 01. 2023

대둔산 케이블카에서 바람을 마주하다

전주에 일정이 있어 내려가는 길에, 잠시 들렸다. 언젠가 명절에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둔산 케이블카’에 대해 들은 기억이 있던 터라 궁금한 마음이 컸다. 혼자 떠나온 여행이라면 여행인데, 강의만 마치고 돌아가기는 아쉬울 것 같았다. 장마 기간이라 비가 오다 말다 하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비가 오면 그냥 지나치는 것으로 하고 대둔산에 들렀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하늘의 뜻이군!’이라며 혼잣말하면서 주차했다. 주차장은 넓었다. 대형, 소형 주차장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평일이라 무료 개방이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길을 올라가면 가게가 늘어서 있고, 커브를 돌아 조금만 올라가면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둔산 케이블카 입구 간판의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꿈은 꿈꾸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

나를 응원하는 듯한 기분 좋은 멘트였다.      


케이블카는 편도/ 왕복으로 구분해서 탑승할 수 있었고, 요금은 성인은 15,000원 어린이는 11,500원이었다. .(왕복 기준) 케이블카 운행 간격은 20분이라서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막차가 6시에 출발한다고 하니 넉넉하지는 않아도 쫓기지 않을 것 같았다.  


   

대둔산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정상인 마천대(879.1m)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줄기가 뻗어나가면서 기암괴석이 많고 수목이 우거진 산이다. 그런 대둔산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둘러보았다. ‘걸출하다’라는 표현이 옳은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정면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딱 그것이었다. 마천대를 둘러보면 좋겠지만, 남은 시간이 애매해 구름다리와 삼선계단만 둘러보기로 했다. 구름다리는 정식 명칭은 ‘완주 대둔산 구름다리’로, 지금은 ‘3세대 구름다리’라고 했다. 밑을 내려다보면서 걸으면 머리가 어질어질할 것 같고,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둘러보면서 걸었다.      


삼선 계단.


잠시 고민이 깊었던 기억이 난다. 오를 것인가, 말 것인가. 햄릿이라도 된 것처럼 고민했다. 오르자니 자신이 없었고, 오르지 않으려니 중간에 포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예전의 나였다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멋진 사진을 한 장 남겨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오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오를 자신이 없었고, 내려올 자신은 더욱 없었다. 즐기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기에 스스로 마음을 정리했다. ‘조금 두렵지? 괜찮아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라고. 그런 다음 삼선 계산을 뒤로 하고 눈앞에 펼쳐진 대둔산을 마음껏 구경했다.     


잠깐이지만 대둔산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음속의 불안,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내가 끌어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사소하게 느껴졌다. 동시에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에서 밑줄 그었던 “우리가 자연과 접촉할 때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라는 글귀가 떠올랐다. 아주 약간의 창조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친 것 같은 기분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혜택일 것이다. 나무를 끌어안지도 않았고, 정상을 포함해서 모든 코스를 둘러본 것도 아니었지만, 온몸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잠시 후 케이블카가 떠날 시각만 아니었다면, 바람의 소리에 더 오래 귀를 기울였을 것 같다.     


‘마음이 열리는 곳’

‘눈이 열리는 곳’

‘감각이 열리는 곳’

대둔산 여행이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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