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와 창의성

by 윤슬작가

늘 운동화에 점퍼 차림으로 다니던 사람이 정장에 구두를 신고 나타나거나 혹은 빨간 모자를 착용하고 등산가방을 매고 있으면 저절로 시선이 돌아간다. 괜히 말을 걸고 싶다거나 어떤 이유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생겨나면서 말이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상황을 연출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글쓰기에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실력을 키우기 위해 비슷한 형식의 글을 꾸준히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행위가 창의성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글을 쓰는 행위가 창의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보통 창의성이라고 하면 ‘없던 것’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으로 이해하는데 그보다 기존의 생각 또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상황, 경험과 결합하여 재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의성을 키우고 싶다면, 창의적인 글을 쓰는 싶다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선택이라기보다는 거의 필수라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글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가지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의식의 흐름대로, 조건이나 제약없이 글을 써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가치를 따진다거나 옳고 그림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다른 접근은 ‘꼭 그래야만 하는가?’를 화두로 삼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글을 써보는 것이다. 평소 친절함을 무기로 당위성을 언급했던 일에 대해 미적지근한 행동을 해도 무방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도 괜찮다는 식으로 글을 전개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 편의 쓰고 나면 새로운 관점이 생겨나거나 혹은 어떤 편견 하나가 와장창 깨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런 방법도 있다. 바깥 풍경도 좋고, 사진 하나도 좋고 그림이나 이미지를 소재로 삼아도 좋아 시각적으로 눈에 들어온 것을 글로 옮겨보는 것이다. 이것은 훌륭하고 멋진 생각을 언어로 정제한다기보다 언어가 종이 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느낌을 얻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면 평소 자신도 모르게 구분지어놓은 경계를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오가는 자극을 경험하게 된다. 이 또한 새로운 관점을 하나 보태는 데 도움이 되었다. 거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음악이나 영화에 대해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모든 생각과 행동의 원인을 글로 옮겨보는 것도 좋은 시도이다. 어떤 생각이 다음 생각을 이끌고, 어떤 감정이 다음 감정을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중요한 문제를 눈 앞에서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창의성과 직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형식의 시도가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고, 낯선 시도를 거부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에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적어도 내가 내 앞을 가로막는 일은 생기지 않고 있다. 가끔 애매한 결론을 마주하고, 실패에 가까운 결론을 집어든 날도 있지만, 운이 좋았는지 천진난만함을 내 곁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 창의성을 가장 잘 실현하는 어린 아이들의 그 천진난만함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노력한다. 천진난만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가 뭘 잘 모른다는 생각으로, 새롭고 낯선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글쟁이가 되기 위해.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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