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by 윤슬작가

며칠 전 출판사 대표님들을 만날 자리가 있었습니다. 출판 산업 관련해서 2024년 설명회를 끝낸 후, 북카페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리에는 그날 처음 뵌 분도 계셨고, 몇 번 만났던 분도 계셨습니다. 저마다 차를 한 잔씩 주문하고 같이 이런저런 주제를 오가며 대화를 이어가는 뭐랄까, 동지애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지켜봐 온 사이도 아닌데도 말입니다.


잠깐이었지만 고유한 컬러가 있고, 저마다의 서사를 지닌 모습이 근사해 보였습니다. 비록 불경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얘기하면서도 자기의 일에 관한 얘기를 할 때 목소리부터 달랐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뭉개는 일도,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의 내리기를 강요하지 않는, 2024년에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써볼까, 어떤 스토리를 보태어나갈까 궁리했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형태를 입히는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의 자리였던 것입니다.


함께 자리한 출판사 대표님 중에서는 직원과 함께 일하는 분도 계시고, 저처럼 혼자 일하면서 아웃소싱하거나 협력을 통해 운영해 나가는 분까지, 다양했습니다. 경력도 20, 30년 된 분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10년 미만, 그러니까 5, 6년 된 분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얘기를 나누는데, 잠깐이지만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저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나만 시간을 쪼개고, 분으로 나누어 살아가는 게 아니었구나’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서로 다른 상황이었지만, 다들 출판사라는 길 위에서 똑같은 어려움, 고민,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저앉는 게 아니라 나아갈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그뿐만이 아닙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시려고 하는지. 제가 본문에 쓸 종이 종류를 바꾸려고 조언을 구했을 때 책장에 꽂혀있던 책 중에서 사례가 될 만한 책을 꺼내 차이를 설명해 주시는데 감사함, 그 자체였습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는 감정적 위로를 포함해 도움받으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주차장을 빠져나와 사무실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 서로 돕고 살아간다는 것. 올해의 화두는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작가

#글쓰기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에세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도움받으면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