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북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이 나는 북 클래스’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집 원장님과 함께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매달 정해진 책을 읽고 참여해야 하므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그 부담감을 목적으로 삼은 분도 있었고 독서의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참여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차이 나는 북 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광클릭’이 필요하다고 얘기해주셨는데, 참 고마웠습니다. 뭐랄까. 아주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특히 첫해에 신청했다가 작년에는 두려운 마음에 포기했다가 다시 신청했다는 원장님이 있었는데 그분의 얘기가 기억이 납니다. 작가님이 너무 적극적이고 저돌적이어서 계속 질문을 하고, 물어보는데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하시는데,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라는 생각에서 질문을 자주 던졌는데, 그 얘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저 그동안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라고. 그러자 다들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면서 한결 편안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트렌드 코리아 2024>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두고 소비 흐름을 한정적으로 다뤘다는 얘기도 있지만, 제가 보기엔 기업 관점, 소비자 관점, 그리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세대의 관점까지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한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12월 또는 1월이 되면 함께 읽어보자고 추천하는 책입니다. 비를 맞아야 한다면 맞아야 하겠지만, 어디에서부터 출발한 것인지는 알고 맞자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만약 앞서서 길을 걸어야 한다면 어디를 향할 것인지 알고 출발하자는 의미입니다. 변화를 예상하여 반응하는 게 아니라 대응하는 사람,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뒤에서 관조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 핵심이라면 핵심입니다.
분초 사회를 시작으로 돌봄 경제까지 함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시간이었는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생각을 공유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무엇을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거나 절대 휩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보다는 저마다 하나씩의 질문 혹은 대답을 마련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나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아보겠다는 다짐 같은 게 보였습니다.
자리를 정리하고 빠져나올 때였습니다.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보지 못했는데, 책상 위에 하얀 봉투가 보였습니다. 크리스마스카드처럼 보였는데, 누가 올려놓은 건지 확인도 하지 못한 채 가방에 챙겨왔습니다. 그러고는 늦은 저녁 일을 끝마치고 가방을 열어 봉투를 꺼냈습니다. 신년 카드였습니다.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뒤따라왔고, 그 마음으로 새해에도 나아가려고 합니다’라고 손 글씨가 적힌. 그야말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보여준 모습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바라봐주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여기까지 잘 왔고, 지금 잘하고 있고,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을 거야’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