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확신에 가득 차 일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순전히 호기심으로 시작하는 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최고경영자 과정이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주변에 들은 얘기는 없지만, 우선 학교에서 진행한다는 것이 좋았고, 평소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 낯선 상황을 마주한다는 것이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가지게 했습니다. 뭔가 어떤 것을 정확하게 얻겠다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배우지 않을까,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각자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가진 분들과 일 년을 지내왔습니다. 학생이라는, 동기라는 기분을 참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가끔이지만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습니다. 최고 경영자과정이라고 하지만 실은 잘 노는 게 전부가 아니냐고. 경험으로 보면 그런 얘기가 있는 것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정말 잘 노는 모습이었거든요. 평소 저 분이 그렇게 꼼꼼한 일, 섬세한 일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해가 되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완전히 일을 잊은 모습,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저도 조금 더 편하게 다녔던 것 같습니다. 약간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생각이 강해서 머릿속으로 ‘이렇게 해야만 한다’라는 게 강한 저에게는 어쩌면 꼭 필요한 자리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학교에 가는 날은 마음이 무장해제 되었습니다. 어떤 것을 해결해야 한다거나 지속해야 한다는 것 없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팝콘을 나눠 먹으면서 함께 이야기가 나누는 것이 저를 참 편안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가 내가 아니어도 되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감사하게도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저에게 농담과 유머, 자유로움을 허락합니다. 그러다 보니 장난기가 발동하면 그대로 표출하고, 고마움을 느낄 땐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을 표현합니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일 년의 생활이 끝나고, 올해부터는 월례회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참석할 수 있는 날에는 참석하고, 그렇지 못하는 날에는 제 역할을 수행하는 일에 충실할 계획입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기대로 스스로를 구속해야 하는 상황에도 저를 놓겠지만, 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임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책임감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으니까요. 인생에는 즐거움도 있어야 하니까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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