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야만 한다’라는 것에 대하여

by 윤슬작가

“수영 씨처럼 살면 나도 편하겠어요.”


어떤 모임에서 들은 말입니다. 그날 그 이야기를 듣는데 스스로 낯설기도 하고, 굉장히 신기하게 들렸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의 저라면, 결코 저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거로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이런 게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름 근사한 방식의 절차를 마련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스스로 그 절차에 따르려고 노력한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러서려는 마음을 통제하면서 어떻게든 정해놓은 방식을 이어가자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뭐라도 되어 있고, 하다못해 하나라도 나아진다는 믿음 같은 게 있었거든요.


하지만 당시 곁에 있던 사람들은 조금 힘들어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보기에 너무 완벽하기를 원하는 모습이었고, 마치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한 위대함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요. 부당하다거나 억울함까지는 아니어도 속상한 마음이 제법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원하는 지점까지는 아니어도,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제가 몰라주었니 말입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주었나 봅니다. 물론 이 사실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그런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왔습니다.


그 깨달음 이후부터 최대한 다르게, 아니 새롭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핵심은 이것입니다. 80억의 인구가 있으니 80억 개의 표현이 있고, 80억 개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고집을 부려야 하고, 절차를 강요해야 한다면, 그 대상을 오직 ‘저’에게만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혹은 세상을 향하는 게 아니라. 다만 어떤 상황에서 그런 뉘앙스를 풍겨야 한다면, 최대한 다정한, 친절한 말투와 표정을 지니기로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감정이 생겨납니다”

“지금의 방식보다 다음에는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몸은 물에 물을 탄 듯, 술에 술을 탄 듯 살아간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지 ‘꼭 이래야만 한다’는 생각도 사라져갑니다. 문제라면 문제라고 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문제로 뭉뚱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삶은 유동적이었고, 기대와 계획과 다르게 흘러왔고 흘러왔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젠 알고 있거든요. 지구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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