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다

by 윤슬작가

글쓰기와 책 만들기, 이 두 행위는 얼핏 보기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조심스럽게 침묵을 깨우는 작업으로 느껴지고 책을 만드는 행위는 생생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작업으로 느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펴보면, 결국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답니다.


글쓰기는 삶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깊은 바닷속을 탐험하듯 미끄러져 들어가 나의 고민과 감정, 희망, 두려움을 발견하고는 한 줄 한 줄 글로 옮겨내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단순히 ‘쓰는 행위’를 넘어, 나의 경험과 감정, 생각을 깊이 있게 탐색하는 작업입니다. 거울 앞에서 스스로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면의 자아와 통합의 시간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책은 그러한 글쓰기의 과정을 하나로 모아 완성하는 작업입니다. 타임캡슐에 보관하는 것처럼 소중한 글을 모아 정리하고, 다듬고, 연결하여 하나의 매듭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글쓰기와 책을 만드는 것은 출발 지점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통합을 추구합니다. 그 깨달음 이후, 글을 쓰는 것도 책을 만드는 것도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일상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완성하여 나만의 정원, 나만의 세계가 가꿔나가는 일을 열심히 합니다. 제 손을 떠난 책이 독자들에게 다가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자신만의 정원, 자신만의 세계를 다듬는 일에 쓰임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두루뭉술하게 지나쳐온 것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모습을 지니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더없는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때로는 사람이 글을 쓰고, 때로는 글이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글은 그 사람이며, 그 사람은 곧 그의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을 구체화하는 작업, 책을 만들면서 나만의 세계를 공유하여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일,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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