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잘 쓴 책은 무엇인가요

by 윤슬작가

출판사 대표로서 저는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합니다.


“제일 잘 쓴 책은 무엇인가요?”

“제일 잘 나가는 책은 무엇인가요?”


처음에 이런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깊이 생각하는 것 없이 잘 나가는 책이 잘 쓴 책이라는 생각으로 당시 제일 잘 팔리는 책의 제목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몇 번 더 질문을 받았는데, 저 질문이 저를 사색의 바다로 이끌었습니다. 과연 잘 쓴 책은 어떤 책일까, 잘 나가는 책과 잘 쓴 책은 같은 것일까 고민하면서 말이죠.


판매실적을 확인하면 잘 나가는 책은 금방 드러납니다. 홍보용으로 배부된 것을 제외하더라도 매일매일 판매실적이 집계되기 때문에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 잘 나가는지, 어떤 책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지, 어떤 책이 역주행하는지를. 하지만 잘 쓴 책에 대한 답은 그리 명확하지 않습니다. 똑같은 작품을 두고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놓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격찬받은 작품도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누군가 책의 깊이가 얕다고 평가한 책을 두고 기획 의도와 주제가 명확해서 완성도가 높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잘 쓴 책’이라는 질문 자체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게 아닐까, 의문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저에게 새로운 방향으로 눈뜨게 했습니다. 결과가 이처럼 자유로운 거라면, 어떤 결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기. 그때부터 저는 모든 것을 넘어서, 만드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스로 ‘이번에는 여기까지야’라는 말을 내뱉을 때까지 나아가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저자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그 책이 전할 수 있는 가치를 최대한 발굴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저에게는 책이 완성된 이후의 평가보다는, 책은 완성하는 과정에서 제가,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잘 쓴 책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이 저에게는 본질을 벗어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가장 정성을 다한, 최선을 다한 책은 무엇인가요?”가 더 적합한 질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 손을 거쳐 간 모든 책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어쩌면 이것은 책을 만드는, 업의 영역이 아니라 삶의 영역에서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인생, 잘 난 인생, 성공적인 인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삶이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책이든 인생이든,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기울인 노력과 헌신이 아닐까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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