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에는 그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한 권의 책, 아니 한 사람의 삶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친정엄마입니다.
“엄마, 이 노트 한 권 완성하면 책 만들어줄게”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엄마에게 노트 한 권을 전하면서 제가 했던 말입니다. 과정적으로 어려울 수 있고, 한 번도 안 해봤던 거라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제가 느꼈던 글쓰기의 혜택을 친정엄마가 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인생에 대한 흔적을 남기고, 엄마가 평생 쌓아온 경험과 생각, 감정을 살펴 앞으로의 시간을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한몫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노트를 건네면서도 사실 반신반의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제 걱정이 아주 불필요했다는 것처럼, 그해 겨울 노트를 제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딸 여기 노트 있어. 잘 부탁해.”
그렇게 받아온 원고를 다듬어 완성한 책이 바로 《엄마 얘기 한번 들어볼래》입니다. 그 책이 나온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인지, 아주 잘 팔리는 책은 아니지만 잊을만 하면 한 권씩, 한 권씩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번 설 명절에 갔을 때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했습니다.
“엄마, 엄마 책이 한 권씩, 한 권씩 판매되고 있어”
“진짜?...”
“요즘 책을 내고 싶은 분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아...”
“... 신기하네...”
“작가님... 두 번째 책도 내셔야지요?”
“어? 그렇잖아도, 지금 노트 반쯤 채웠어....”
“정말?”
“응, 엄마 연말에는 노트 다 채워서 줄 수 있어.”
“우아. 대박!”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엄마가 글쓰는 즐거움을 생활에서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책을 완성한 이후에도 이어나갈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계속 글쓰기를 해왔다고 하니, 그 순간 제가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엄마 스스로 어제를 되돌아보고, 오늘을 잘 살아갈 방법을 연구했다고 생각하니, 이보다 근사한 풍경이 없어보였습니다.
엄마는 글을 쓰면서 감정을 털어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입니다. 엄마에게 생겨난 사건, 경험을 들여다보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결심이 찾아왔는지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엄마의 인생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을 물론, 엄마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보탬이 되었을 것입니다. 정직해져야 한다면 정직해지는 길에, 진실해야 한다면 진실해지는 길을 위한 동무를 찾은 기분을 느꼈을 것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 마음 때문일까, 벌써 연말이 기다려집니다. 어디선가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딸, 여기 노트 있어. 두 번째 책, 잘 부탁해”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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