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스펀지라는 생각

by 윤슬작가

언제부터인가 입버릇처럼 반복하는 말인 동시에 인상적인 장면을 본 것처럼 수시로 떠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내 몸이 스펀지라는 상상인데요, 스펀지가 닿는 곳마다 물기를 빨아들이는 모습입니다. 좋은 학습 모델을 만나면 그 사람의 삶을 빨아들이고, 새로운 정보나 지식,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를 마주하면 그 모습을 빨아들입니다. 심지어 몹시 어려운 문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면 그 순간에도 빨아들일 게 없을까 궁리할 정도입니다.


어느 순간에, 몸에 장착된 습관 같은 것인데, 처음에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무의식적으로 시작된 일이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어느 지점부터는 의식적으로 제가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그런 모습을 떠올리는 게 보였습니다. 의지를 발휘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능력이라고 해야 할지, 역량이라고 잘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생각과 관점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건설적인 방향에서 재능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을 추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것을 ‘잠재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사실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교육학적으로 중요하게 다룬 화두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이고, 어떤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저와는 상관없는 ‘어떤 사람’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잠재력을 인지하고 신뢰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라는 관념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부분에 질문이 생겨난 것입니다. 정말 완전히 별개의 영역일까. 정말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것일까. 어떤 태도나 행동으로 그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 궁극적으로 성장과 자기완성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


잠재력, 몇 년 전부터 머릿속에서 붙들고 있는 단어입니다. 특별한 능력을 갖춘 소수의 개인에게 존재하는 능력일까, 의지력을 발휘하고,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일까.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 마음이 갑니다. 잠재력과 의지, 노력의 연결고리가 궁금합니다. 두루뭉술하게 지나쳐왔던 것들인데 올해는 좀 더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관점으로 진지하게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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