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예술이 되다

by 윤슬작가

며칠 전의 일입니다. 평화로운 아침,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 늦게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집에서 일하던 날이었습니다. 외부에 출판사 소개 자료를 완성한 후,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소파에 앉았을 때였습니다.


“엄마는 어떤 일이 가장 재미있어? 글쓰기? 수업하는 거? 책 만드는 거? 자료 검토하는 거? 디자인 확인하는 거? 기타 등등에서 말이야.”

아이의 질문에 대해 생각할 틈도 없이 저도 모르게 즉흥적인 대답이 나왔습니다.

“엄마는 다 재미있는데?”

“진짜? 다 재미있어?”

“음... 재미 있는 일만 골라서 하는 건가?...”

아이의 질문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질문 뒤에 숨겨진 아이의 마음, 고민이 떠올랐고, 어떤 대답을 해줬어야 하는 걸까. 되묻게 되었거든요.

‘정말 나는 모두 재미있는 걸까?’

‘정말로 재미없는 일이 없는 걸까?’



재미로 따진다면, 더 재미있고, 덜 재미있는 것으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왜 나는 모든 순간에서 즐거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까닭에 답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저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몰입하는 순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마치 시간이나 공간을 분리하여 어떤 일을 하는 동안에는 새로운 세계에 존재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이의 질문처럼 글을 쓰는 순간에는 주변이 불이 꺼진 기분이 들고, 수업할 때는 구름 위에 둥실 몸이 떠 있는 느낌입니다. 책을 만드는 작업은 낯선 세계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기분이고, 자료를 검토할 때는 뇌 속에 또 하나의 뇌가 작동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떤 순간에서든, 이곳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어떤 곳으로 떠난 모습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옵니다. 몸과 마음이 헌신하여 그 활동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다가 해가 지는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하면서, 그날의 성취를 돌아보는 순간이 가장 좋습니다. ‘아,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네, 잘 살았네’라고 속삭이다 보면 정말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런 저의 깨달음까지 아이에게 전달했으면 좋으련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답을 원하는 상황에서 섬세한 연결고리를 발견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햇살 좋은 오후,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가장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 몰입의 순간에 대해서, 그 안에서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에 대해서 대화를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큰 성취가 아니더라도 삶에서 성취감을 느낄 기회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자주 찾아온다고 말이지요.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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