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단순히 말을 글로 옮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에세이 쓰기는 자기의 경험을 통해 보편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것을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 마음가짐,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글쓰기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글쓰기 수업을 하는데 질문을 받았습니다. 경험을 표현하는 것까지는 어떻게 하겠는데, 메시지를 정리하고 가치를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질문이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일기처럼 보이는 글에서 끝내지 않고, 가치를 담은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을까요?”
자신에게만 찾아온 질문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 질문이라며 공감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런 까닭에 잠깐 멈췄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경험을 나눠줄 수 있을까, 어떻게 접근하면 좋겠냐고. 왜냐하면, 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순간에 멈췄고, 방법이 궁금했고, 여러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정리했고, 제 나름의 경험을 공유했던 기억이 납니다.
“경험에서 가치를 끌어낸다고 생각하면 되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럴 때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시 똑같은 상황을 만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똑같이 할 것인가? 다르게 할 것인가? 이번 경험 속에서 내가 배워야 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힌트를 발견했던 것 같아요. 가치라면 가치, 태도라면 태도, 마음가짐이라면 마음가짐 같은 것을요.”
에세이 쓰기는 자신의 경험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완성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파고듭니다.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을 배웠는지를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자기의 삶’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그 삶에 노크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 굉장한 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가치를 찾을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한다고 생각하면 한결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그 지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이야기가시작되는곳 #글쓰기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