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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y 24. 2024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알리는 이유

언제부터인가 제 책을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의 책을 만드는 일에 더 열심인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을 위해 개인적으로 기획한 원고가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 뒷전으로 밀어놓고는 올해 출간할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나 투고 메일 중에서 괜찮은 작품을 찾아내는 일이 정성을 더 쏟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을 조금 더 써야지’ 하면서 노트북을 열었다가 신간 도서를 홍보할 방법을 찾거나 저자님의 역량을 더 발휘할 방법에 대해 사색하거나 자료를 찾는 일로 시간을 보낼 때가 더 많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일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렀고, 그 사실을 인지한 것도 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왜 나의 글을 쓰는 것보다 책을 완성하는 데 더 열심일까?”     


급기야 지난 토요일 퇴근하려고 가방을 정리하는데 불쑥 찾아든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그날도 글을 조금 더 쓰려고 출근했다가 새로 출간할 책의 홍보할 방법을 찾다가 글을 얼마 쓰지 못하고 일어났거든요. 그러면서 며칠동안 저 질문을 화두 삼아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주 명쾌하지는 않지만 그럴듯한 대답을 찾아낸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에세이를 출간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신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는 것이 저에겐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충실히, 성실하게 살아온 시간을 매만져 세상에 소개하는 일에 개인적으로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담다의 책이 ‘나다움을 만들어가는 용기’와 관련하여 작지만,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가지게 했거든요. 그러니까 주도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그 일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해 유연함을 허락하는 삶에 대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원하는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삶 쓰기, ‘책 쓰기’가 아니라 ‘삶 보여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문인지 제 글을 쓸 시간을 궁리하기보다 누군가가 삶을 글로 옮길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 삶을 세상에 보여주고, 자랑하는 싶은 일에 더 눈길이 갑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헷갈립니다. 작가로 살고 싶은지, 작가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 그렇지만 혼란스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누군가의 삶을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 삶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요.     


오늘도 저는 작가와 편집자를 오가며 균형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 쪽으로 몸이 기울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처럼 양쪽으로 오가는 통로를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두 가지 역할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저를,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작한 이 아침, 그들의 삶을 책으로 엮어낼 하루가 제 앞에 곱게 펼쳐져있다는 사실이 ‘눈부신 하루’가 마주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from 윤슬작가


#이야기가시작되는곳 #윤슬작가 

#기록디자이너 #BEST를버리니ONLY가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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