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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May 27. 2024

그렇구나, 라는 위로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나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위로와 공감의 힘이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며칠 전 독서 모임에서 ‘위로’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었을 때였습니다. 각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가 겪은 위기, 누군가에게 받았던 위로,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만 이상한 감정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면 굉장히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설명을 듣고 나니, 그 또한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친정아버지가 치매 판정을 받은 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치매인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어 괴로워하던 그녀는 어느 저녁 남편과 속마음을 나누게 되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남편의 말에서 묘한 위로를 느꼈다고 합니다.     


“아버님이 치매라는 것을 받아들여. 치매니까 이해해야지, 치매니까 더 잘해줘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더 힘들어. 그냥 아버지가 치매구나, 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여.”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서운했는지 몰랐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만약 자신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어떠했을지 상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편의 말을 곱씹던 어느 순간, 그녀는 위로를 넘어 격려처럼 들렸다는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버지가 치매인 것을 걱정하기보다 현실을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무게가 절반쯤 가벼워진 느낌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상황을 바꾸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거나 분석하려고 애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모든 상황을 그렇게 마주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가끔은 ‘그렇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하면 상황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불안과 걱정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더욱 노력해 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모임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불필요하게, 억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렇구나, 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 마음으로 오늘을 마중 나가봐야겠습니다.     


from 윤슬작가     



#윤슬작가 #공감에세이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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