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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여행, 다음에는 좀 더 치밀하게

아이들과의 여행, 담에는 좀 더 치밀하게

by 윤슬작가

아이들이 크면서 함께 떠나는 여행이 점점 어려워졌다. 예전엔 내가 짐을 싸고, 동선을 짜고, 아침부터 아이들을 깨워 신나게 출발했던 여행이었는데, 이제는 각자의 스케줄이 먼저였다. 나는 여전히 함께하고 싶은 엄마였지만, 아이들의 생활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늘어났다. 가족여행이라는 것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아쉬워,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이라도 함께 떠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작년, 그마저도 실패했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자며 아이들에게 협조와 양해를 구했다.

“1박 2일이라도, 정말 멋진 숙소에서 힐링 타임을 가지면 어떨까?”


다행히 어렵게 날짜를 받아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첫째가 준비한 시험이 문제였다. 날짜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하나는 학교 행사와 겹쳤고, 하나는 우리가 정한 가족여행과 겹쳤다. 학교 행사는 꼭 참여하고 싶고, 시험은 포기하고 시지 않다는 첫째의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기껏 계획한 여행인데, 이렇게 무산되나 싶어 마음이 서운했다. 하지만 나는 통 큰 엄마처럼, 아주 대범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벌어졌네. 더 중요한 걸 해야지.”


아이의 입장을 존중하는 엄마처럼 이야기했지만, 그날 밤 혼자 속상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문장 하나가 뇌리를 스쳐갔다.


“하루하루는 마음을 다하되,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아야지.”


정말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역시 인생은 내 뜻대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럴 때 다른 방법은 없다. 운명이려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혹할 만한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어쩌면 작전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었다. 아이들이 ‘안 가면 손해일 것 같은’ 여행을 만들면 어떻게든 함께하려고 들지 않을까? 가족여행이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 자신만의 일정과 계획이 생겨나면서 조금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되, ‘이번 여행은 무조건 가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여행 계획을 세워야겠다.


물론, 완벽한 계획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하는 예상못한 풍경도 여러 번 마주했다. 예를 들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이 동시에 “배고파”를 외친다거나, 여주 밤바다에서 노래를 부르는 엄마, 아빠에게 “얼른 숙소로 가고 싶어”라는 명언을 남긴다거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조차 나중에는 여행의 일부가 되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번에 실패한 프로젝트도 훗날 어떤 여행의 일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from 윤슬작가


#윤슬에세이 #글쓰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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