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는 노력하는 부부입니다”라는 말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고, 결혼 생활도 이제 20년을 넘기고 있다. 크게 불화 없이, 어떻게 보면 사이좋게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고심 끝에 건네는 답변이기도 하다.
우리라고 해서 어떻게 다투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매일 사이가 좋을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 속에서 부드러워진 부분도 있고, 끝까지 모서리를 지키는 부분이 존재한다. 인정이든, 포기든, 수긍이든, 어떤 형태로든 둥글둥글해진 부분이 있는 반면, 침범하지 않아야 할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조용한 존중’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개성이든, 고유함이든, 지켜야 할 선을 아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게 다른 두 사람
지금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남편과 나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말을 꺼내는 순간이 곧 행동으로 옮기는 지점이다. 오랜 시간 혼자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기 전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반면, 남편은 말을 꺼내는 순간부터 ‘이제부터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자’가 시작된다. 거기에 나는 두괄식으로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미괄식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라면, 남편은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하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얘기한다. 남편과 내가 생각하는 마무리 장면도 다르다. 나는 공감해주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이해하면 그걸로 되었다고 믿는 사람이다. 정말 거의 완벽에 가깝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난 셈이다.
완벽하게 같은 두 사람
그런데, 우리는 또 완벽에 가깝게 똑같은 부분도 있다. 우선 결혼 생활에 대한 인식이 같다. 결혼 생활을 잘 지켜내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는 동일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불편해하는 장면이 비슷하다. 경우를 벗어나거나,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말들을 좋아하고, 불필요한 부정적인 단어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살아온 방식과 습관이 완전히 다른 데도, 양가 부모님에 대한 애정도 비슷하고, 그분들의 삶을 지켜보는 시선에도 큰 차이가 없다. 더불어 아이들을 향한 부모의 역할에 대한 방향성과 가치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알았으면 좋았으련만, 함께 살아오면서 몸으로 배우고, 부딪히고, 이해하며 알아냈다. 서로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똑같은 점이 무엇무엇인지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노력하는 부부입니다"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때로는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는 말에도 공감하고, 때로는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현실에도 공감한다. 완벽하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애초에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그때는 몰랐다. 그래서 얘기해주고 싶다.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오랜 길을 걸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해보라고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완벽하게 다른가?”
“우리는 얼마나 완벽하게 같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가?”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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