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하는 MBTI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I인지, T인지 묻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풍경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개개인, 우리라는 존재는 하나의 범주로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렵다. 상황이 달라지고, 생각이 바뀌거나 감정이 복잡해지면 우리는 가장 친숙한 모습이 아니라 가장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나는 내향인과 외향인의 경계를 오가며 살아간다.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가 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약속은 미리 정해놓는 편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만큼이나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강의실에 앉아도 어떤 수업은 맨 앞에 앉지만 어떤 수업은 맨 뒤를 고집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음, 나는 어떤 사람일까?”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은 내향인 중의 내향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잔잔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어렸을 때부터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았다던 저자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지 말고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그러다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 생활, 그리고 결혼을 하면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아, 나는 문제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구나!”
“내가 다른 사람이 될 필요는 없구나!”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은 그런 저자의 행보를 시간 순으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꼭 내향인만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내향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위로를, 약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외향인에게는 공감과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혼자 있는 것이 편하지만, 가끔 그것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진 사람이 있었다면 그 부분에서의 고민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삶에는 성취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생각에 짜릿한 흥분을 느끼는 사람, 새롭게 찾아내고 만들어내고 도전하며 살고 싶다.”- 본문 중에서.
저 문장을 읽으며 밑줄을 긋고, 무릎을 치고, 혼자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가끔 불안한 생각과 걱정 속에서 부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의구심 가득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내 자존감을 스스로 낮추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어느 순간에 대해서든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말이다.
“나는 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이 일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게 뭘까?”
이런 질문의 끝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가의 삶도 그랬고, 출판사 대표의 삶도 그렇고, 학생으로 살아가는 삶도 모두 저 질문에 대한 나만의 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매일 아침, 좋아한다고 여겨지는 일을 한다는 설렘 속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하루를 맞이한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는 혼자 있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나아가 본래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다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 책이다. 내향인을 떠나, 외향인을 떠나 ‘나’라는 존재에 대해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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