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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

by 윤슬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보기 위해 월든 호숫가 근처의 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2년 2개월 동안 자연에 둘러싸여 자급자족의 삶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사회와 완전히 단절하거나 모든 관계를 차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보다는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삶의 본질을 깨닫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했다. 담백한 생활 방식을 추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은 “단 몇 개의 단어와 짧은 문장만으로도 살아 있음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낸다”는 찬사를 받은 만화가 존 포슬리노가 소로의 저서, 일기, 에세이 속 문장을 그림으로 엮어 완성한 그래픽 노블이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문장이 『월든』에서 인용되었기에, 소로의 핵심 철학을 고스란히 전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나는 누군가에게 강요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나보다 더 고귀한 법을 따르는 사람들만이 나에게 강요할 수 있다.

자신의 특별한 재능이 끊임없이 속삭이는 진실한 제안에 귀 기울인다면,

우리는 극단이나 무모함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중락)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자기 안의 재능을 따라가는 길은 언제나 옳은 길이 된다.”




『월든』이 세상에 나온 지 15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를 『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정말 그의 말처럼 ‘조용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공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 때문일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으며, 그 꿈이 반드시 거창하거나 화려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자연을 향한 그리움, 단순하고 정제된 방식으로 온전한 자유를 경험하는 삶, 나다움을 추구하는 삶은 시대를 초월한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자 희망이 아닐까. 『월든』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자기 목소리로 살아간다는 것’,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안도감이 자신감으로 연결되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가슴에 살아 있는 욕망같은 것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로가 월든에서 보낸 시간은 도피라기보다는 삶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자신만의 실험이었다. 그는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자연과 소통하고, 외적인 요소가 아닌 내면에 집중하며 인간다운 삶과 행복의 본질을 탐구하려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올해 출간한 『경험주의자』가 떠올랐다. 다양한 경험, 특히 자발적인 경험이 삶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지는지,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성찰. 나아가 직접 부딪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이후의 선택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유하고 싶었던 기획의도가 새삼 기억났다.


소로는 월든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철학, 가치를 완성했다.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통해 나만의 방식과 철학, 가치를 완성해가고 있을까?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은 원작이 지닌 깊이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월든과 소로의 철학을 경험할 수 있는 입문서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월든』은 생각보다 분량이 두꺼워 완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만약 그런 부담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그림이 소로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소로의 철학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윤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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