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재작년, 단독 부스를 준비해 처음 참여했을 때의 긴장감이 아직도 또렷하다. 책 한 권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부딪혔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자리에 다시 섰다.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공동관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하게 된 것이다.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단연 담다의 작가님들과 매니저님들이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이번 자리에도 도전 정신을 발휘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그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한몫했다.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자리.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감정과 에너지가 오가는지를 알기에, 그 성취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계획이나 준비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성실하게 임했다고 해서 마냥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했다고 해서 덜 힘든 것도 아니다. 아무리 가능성을 열어두어도, 예상치 못한 장면은 언제든 등장한다. 어떤 순간에는 좌절하게 되고, 어떤 순간에는 애써 담담한 얼굴을 지어야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순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완벽한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더라도, 약간의 상상력과 용기로 만들어낸 새로운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느슨한 연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강하게 묶인 끈이 아니라, 가볍고 유연한 연결 속에서 태어나는 가능성.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약한 연결이, 어느 날 뜻밖의 기회와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때로는 그런 가벼운 손짓 하나가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제 나는 단순히 책을 만드는 사람을 넘어, 출판사 대표이자 콘텐츠 기획자로서 ‘기업가’라는 이름을 더해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그 역할이 낯설고 때로는 버겁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자리라면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날도 그랬다. 도서전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며 여러 생각을 되뇌었다.
‘이번 행사에서 내가 내린 결정들, 모두 옳았을까?’
실수처럼 느껴졌던 장면 몇 개가 스쳐 지나갔다. 동시에, 그 장면들 덕분에 깨닫게 된 것들도 있었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했던가. 앞으로의 상황을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흐름을 읽어내고 선택해야 할 순간에 이번 경험은 분명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내가 놓치고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일, 그것이 나의 다음 걸음을 다르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담다 출판사 다움’을 지켜가고 싶다. ‘나다운 나’, ‘우리다운 우리’의 결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묻고, 되새기고, 필요하다면 새롭게 정의해가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잇는 일이다. 한 사람의 문장이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시간과 마음을 건네는 일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담다의 책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안부를 전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언젠가 세 번째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하게 된다면, 그 시작점은 바로 이 문장, ‘다정한 안부’에서부터일 것 같다.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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