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예민하고 많이 섬세하시네요.”
친구들과 재미 삼아, 혹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사주나 타로를 보러 갈 때마다 반복해서 들었던 말이다. 처음에는 웃으며 넘겼다.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묘하게도 그 말은 그림자처럼 자꾸 나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신중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때도 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겁이 많은 편이다.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다시 한 번 돌아본다. 간이 크지 않다. 그래서 늘 조심스럽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나둘, 하나둘.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질수록 삶의 스케일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도 조금씩 커졌다. 그렇게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런데도 가능하다면 모두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살아왔다. 주어진 일은 잘 해내고 싶었고, 욕심도 분명히 있었다. 스트레스라고 부를 만한 상황이 닥치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야 한다는 마음이 동시에 나를 잡아당겼다. 어떤 날은 이쪽으로, 어떤 날은 저쪽으로 기울었지만, 완전히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최소한의 자리를 지키는 일. 아마 그것이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나를 이룬다. 동시에 이 모든 것이 나의 과거이자 현재다. 미래의 나는 또 다른 모습일지라도, 큰 틀에서 보자면 나의 기본값, 그러니까 기질과 특질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글로 나를 정리해왔다.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일을 피하지 않았고, 그것을 문장으로 옮기며 한 발짝 떨어진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려고 애썼다.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어떤 태도로 다음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일을 오래도록 해왔다.
이번에 출간한 『감정 기록의 힘』은 그런 시간의 결과물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기록들 가운데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하다고 느껴진 것들을 추려내는 일이었다. 그다음에는 ‘나에게 의미 있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군가와 나눌 가치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다시 한번 골라냈다. 그리고 생각이나 신념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태도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오래 고민했다.
사실 추려내고 선택하는 일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그 지점을 ‘형태’로 만드는 일이었다. 감정을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지, 기록이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려면 어떤 흐름을 가져야 하는지, 감정을 다루는 기술로만 소비되지 않으면서도 막연한 위로로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이 책에서 감정을 통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함으로써 나를 이해하는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 경영’이라는 단어와 만나게 되었다. 내 감정을 잘 관리하는 일, 내 마음을 성실하게 살피는 일은 결국 나 자신과의 관계를 책임 있게 이어가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정 기록의 힘』이 자신을 두고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이 많다고 탓해온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섬세함과 예민함, 생각이 많다는 성향이 삶을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깊게 만드는 자산일 수 있다는 사실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조용히, 그러나 성실하게 쌓아온 기록의 결과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단단하게 붙잡아 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해본다.
from 윤슬작가
#감정기록의힘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