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흘 동안 나는 하나의 단어와 함께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뮤니티와 경제.’
사실 이 단어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이해하고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이해하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완벽히 이해하려 하기보다, 그 언저리에 머물며 그것이 가리키는 세계를 조용히 지켜보는 방식을 선택했다.
출판사 업무와 외부 강의를 마친 뒤 아카데미가 열리는 공간으로 향하던 길은, 하루의 끝을 접어 또 다른 하루를 펼치는 일처럼 느껴졌다. 세 시간의 강의를 듣고 다시 학교로 이동하는 여정. 그 사이에는 약간의 분주함과, 약간의 조금 더 큰 호기심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이번 아카데미 참여는 연초에 계획되어 있던 일정은 아니었다. 내 일을 오래 지켜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한 사람의 조언에서 시작되었다.
“한번 참여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이 씨앗이 되어 내 마음에 떨어졌고, 그 씨앗이 어떤 모양인지,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지 궁금해졌다. 결국 그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그 자리에 동행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이런 방식으로 살아왔다. 확신이 있어서 움직이기보다, 궁금해서 한 발을 내딛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속삭이는 내 마음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 편이다. 마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동안 들여다본다.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인지, 지속할 수 있는 거리인지, 내 삶의 흐름과 부딪히지 않는지. 그런 질문들과 함께.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나는 ㅣ미 새로운 자리에 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그렇게 도착한 자리에서 대체로 ‘혼자’인 날이 많았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누군가와 나란히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나만의 속도로 이해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질문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고, 때로는 평온함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상한 것은 그 ‘혼자’라는 감각이 외로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누군가의 답을 빌리지 않고, 내 질문을 끝까지 붙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질문하고, 돌아와 다시 생각하고, 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질문을 들고 찾아가는 방식. 그런 반복적인 행위의 시간은 나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바꾸어 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물길이 바뀌듯, 내 삶의 흐름, 결도 그렇게 서서히 달라졌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회연대경제’도 그랬다. 처음에는 하나의 개념처럼 다가왔다. 어딘가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개념이 아니라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중요하게 다루는,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다룬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이익과 효율 너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함께 걸어가는 길을 선택하는 태도. 그런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 안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해오던 방식의 이름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기록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글을 통해 마음을 건네고, 작은 연결을 소중히 여겼던 시간들. 나의 시간 역시 비슷한 방향 위에서, 나만의 이름으로 흘러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번 아카데미는 하나의 결론이라기보다, 어떤 ‘확인’에 가까웠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또 하나의 질문이 나를 기다린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마주하게 될 어려움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선택이 잠깐의 열기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오래 이어질 방향이 될 것인지.
아카데미를 마친 뒤, 나는 며칠째 그 질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두르지 않되, 미루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작은 기한을 정해두었다. 그 안에서 가능한 한 성실하게 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아직 다 알지 못하는 것들과 함께 앉아 있다.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설명 없이도 전해지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함께.
_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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