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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로 May 07. 2024

이직 후 출근 첫날, 퇴사를 고민하다

재택근무 회사인데 팀장은 출근해야 한다고

 11년 동안 다녔고 별일이 없다면 정년까지 뼈를 묻고 싶던 회사를 나왔다. 고민이 많았고 마지막 결심의 시기에는 스트레스로 몸이 아팠다. 동료들이 응원해 줬고 ‘탈출’이라는 단어를 쓰며 축하해 줬다. 너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라 발걸음이 더 무거웠다.


그동안 이직제안이 꾸준히 있었지만 현재에 불만이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제안이 강남쪽이라 고려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집에서 2시간 가까이 그 많은 인파를 이겨내며 출퇴근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회사가 내리막길을 타는 것을 느끼며 이제는 걸음을 떼야할까 고민하던 차에 헤드헌터 메시지를 받았다. 회사명을 묻기 전에 첫 질문이 ‘유연근무나 재택근무가 되나요?’였고 그게 된다고 해서 이직의 여정을 시작했었다. 이력서를 쓰는 것도 번거로웠지만 한 번은 해야 할 작업이니 틈틈이 작업했고 면접과 긴 레퍼런스 체크와 유쾌하지 않은 처우협의를 거쳐 아무튼 이직을 결정했고 오늘 첫 출근을 했다.


오랜만의 ‘첫 출근’이라 설레기도 했고 신규입사자 OT와 팀멤버들과의 식사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함께할 사람들이 일단은 좋은 애티튜드를 가진 분 들 이어서 일 스트레스는 있어도 사람스트레스는 없겠구나 (섣불리) 생각했었다.


그리고 오후 5시,

실장님과의 티타임.

이곳에서 기대하는 바가 뭐냐 물으시기에 개인적인 성장과 (솔직히) 온보딩 후에 있을 재택근무라고 대답했다. 이건 이분과의 면접 시에도 얘기했었고 ‘실제로도 재택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가능하다, 부서마다 다른데 지금 이 팀은 주 1회 정도 나온다’며 ‘그래도 초반엔 출근 좀 하셔야죠?’ 덧붙인 기억도 생생하다.

c-leve l면접때도 얘기했었다. 왜 지원했냐기에 재택이 컸다고. 물론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와 같은 건설적인 답도 함께 내었다.


그런데,

‘팀장들은 대부분 다 출근해요. 재택 잘 안 하는데?’

무슨 요일엔 무슨 미팅이 있고 그런데 그런 미팅들은 ‘대면’으로 진행되어서 나와야 된단다. 그래 고정 미팅들을 하는 날 포함 주 2회는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뉘앙스가 재택이 불가능한 느낌이라 되물었고, c-level이 팀원들은 재택 하더라도 팀장 이상은 재택을 원치 않는단다. 출근을 원한단다.

이럴까 봐 면접 때도 굳이 재택을 언급했는데? 인터뷰이가 c-level일 때도 안 된다는 말 안 했다고.


처우협의에서 그 정도 연봉 (사실상 각종 복지비를 고려하면 마이너스) 에도 OK하고 넘어온 건 ‘재택이 가능하다, 고로 내 아이와 가족과 출퇴근 시간만큼 더 함께할 수 있다' 를 고려하면 시간비용만큼 양보할 수 있어서였다고.


내가 멘붕임을 감추지 않았더니 해당 내용을 c-level과 얘기해보겠다고 한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 얘기가 c-level과의 합의가 필요한 주제라는 자체가 당황스럽다.


기존회사와 같은 유연근무(하루 5시간, 10시간.. 이런 식으로도 가능함) 도 안 되니 집에서 8시에 나와 밤8시가 다 되어가는 아직까지 지하철 안인 상태로 매일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주섬주섬 이력서를 다시 써야 하나 싶다.


오늘 출근할 때의 설렜던 나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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