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반 첫날
요가는 요가반?!
사전답사하듯 요가반(Yoga barn)에 다녀왔다. 들은 바 대로, 매우 크고 정글 같고 자유로운 분위기.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내게는 너무 크고 너무 자유로워서 오히려 힐링이 될 것 같지 않은 느낌이라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가반 말고, 요가원 추천해 줘"
메시지의 수신자는 평범한 회사원의 삶을 살다가 스트레스 끝에 퇴사하더니, ‘뜻밖에도' 요기니가 된 친구.
우붓에도 요가를 하며 꽤 오래 머물렀었고, 지금은 무려 요가강사를 하고 있어서 구글보다 정확하게 내 니즈를 파악해 주리라 생각했다.
"요가는 요가반"
이렇게 단칼에 내 질문을 자르더니 요가반 스케줄표를 보내왔다. 들을만한 수업 많네! 하면서.
구글을 검색해 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1일 1 요가'하려고 우붓에 왔는데 첫날부터 검색이나 하다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기에 일단 요가반의 evening vinyasa에 들어가기로.
(다만 지금 돌이켜보건대, 검색이나 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맛있는 저녁 먹고 돌아왔어도 되는 거였다. 여행의 기간은 긴 편이고 내가 꼭 해내야 할 미션이 없는데 '오늘은 무엇을 했다'라고 정의할 수 없는 하루를 왜 죄책감의 대상으로 여기는 건지 모를 일)
리버돔 앞에서 앞 순서 마치길 기다리며 모기기피제를 한껏 뿌렸다.
비치된 로션형 모기기피제를 바디로션 바르듯 전신에 바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떠나올 때 남편이 뎅기열 기사를 보내주며 모기를 조심하랬는데, 이게 조심해서 될 일인가 싶지만 노력은 해봤다.
모여있는 수련생 대다수가 백인이었는데, 호주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호주인들이 많다고 한다.
오늘 강사는 '완벽한 차투랑가'를 미션 삼았고,
꽤 그럴듯하게 차투랑가를 해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코로나시기를 지나면서 수련에 게을러진 데다가 근력도 빠져서 영 제대로 된 느낌이 안 났지만 또 내 몸으로 하는 건 열심히 해보는 타입이라서 빼지 않고 해내었다. (다음 날 앞가슴과 팔뚝 근육통이 상당했지만 뭐 이 또한 예상했던 일)
그렇게 땀을 비 오듯 흘리고 나온 길, 해가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또 바이크택시를 불렀고, 한껏 땀 흘린 후 바이크에서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돌아가는 밤길이란... 그야말로 '째지는'기분!
2,800원짜리 알리오올리오
숙소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 다시 나와 근처 식당을 찾았다. 젊어 여행할 때와 큰 차이 중 하나인데, 밖에 나오니까 묘하게 익숙한 음식에 손이 가서, 그 다양한 메뉴 중에 선택은 '알리오올리오'. 남편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음식이어서 집에서도 자주 먹는 메뉴다. 다만 집에서 먹을 때는 이게 1인분이 맞나 싶은 양으로 먹었더래서 나온 음식의 양이 그렇게 새침해 보일 수 없었는데, 맘먹으면 3 포크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기분내고 싶어서 일부러 천천히 먹었다. 다만 꽤나 새침하게 느꼈던 그 양은 2,800원이라는 가격을 감안하면 푸짐한 것이었다. 아직 인도네시아 물가와 화폐에 적응을 못한 나는 대충 0을 하나 덜 빼고 가격을 봤던 것이고, 2만 원대인 줄 알았던 파스타가 2천 원대인 것을 깨닫자마자 관대해져 숙소에 돌아가 먹을 감자튀김을 추가 주문해 첫날밤은 그렇게 빈 땅과 갓 튀긴 따뜻한 감자튀김으로 시원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