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을 함께 한, 하마글방 14기 • 16기 후기
읽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쓰게 되어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이왕 쓰는 거 나는 좀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독자를 상정한 글, 나만의 유일무이한 이야기, 아름답거나 멋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 생각했다. 그리하여 지난 10주 동안 온라인 ‘하마글방’에 참여하였다. 8명의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줌에 모여서 작은 화면 창으로 서로를 만났다. 실명은 소개하지 않았고, 우리는 서로를 필명으로 불렀다. 각자가 어렴풋이 드러나는 짧은 단어들을 보며, 그들 뒤로 보이는 낯선 방의 풍경을 보며, 나는 처음 보는 타인을 희미하게 가늠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다들 귀여운 필명을 가졌네! 각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첫 모임은 하마글방의 규칙에 대해서 글방지기인 미나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 규칙들은 글방을 다정하고 윤리적인 집단으로 유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들이었다. 필명을 통해 위계는 없애고 존중만 남기기, 화자를 통해 작가를 함부로 유추하지 말기, 작가는 글에 대해 변명하지 말고 기꺼이 오해받는 연습을 하기, 어떤 피드백을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하기 등이었다. 나에게는 특히나 화자를 통해서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재단하지 말자는 말이 마음에 착 내려와 앉았다. 사회는 종종 내가 쓰는 문장과 나를 지칭하는 단어들 안에 나를 가두곤 했다. 물론 그것이 아주 단순하고 빠르게 사람을 판단하는 수단이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그러한 속단이 너무 폭력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이들은 내 문장만으로 나를 함부로 재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믿음에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그것이 해방감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마글방에 모인 우리들은 서로에 의해 안전함을 느꼈다. 매주 글에 대해 합평을 할 때면 부정적인 피드백을 줄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가 약속한 ‘윤리적’으로 피드백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강점도 빼놓지 않고 말해주었다. 작가가 단점을 소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글을 잃지 않게, 강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게 서로 도와주었다. 그렇게 합평을 듣고 다음 주에 들고 온 글은 반드시 더 나아져 있었다. 그것이 글방의 묘미였다. 글방 동료들의 글이 점점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희열하고, 나의 성장을 기뻐해 주는 사람들의 흥분을 쑥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꾸준함이 재능을 넘어서는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하고 나는 그간 재능에 대해 가졌던 미련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음번 마감을 하기 위해 또다시 성실히 글을 쓰고 윤문을 거쳤다. 이것이 내가 하마글방을 다니며 얻은 가장 빛나는 경험이다.
일기로 만족할 수 있는 이들 말고,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주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나는 글방에 가라고 권하고 싶다. 매주 마감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마감한 글을 누군가 읽어주고 진솔한 합평을 해준다는 것. 글쓰기를 이제 막 시작하는 이에게 그것만큼 짜릿한 경험은 없다. 나는 10주를 내내 달뜬 기분으로 보냈다. 그러니 글을 쓰고 싶은 당신이 다정하지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동료들을 만나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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