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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Sep 25. 2017

죽고 싶은 날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죽고 싶은 날이 있다. 폐부 깊숙이 칼을 찔러 넣어 삶보다 더 고통스럽게 죽고 싶은 날이 있다.


"인생이 꼭 행복해야만 하나요?" 묻곤 했지만 그렇다고 삶의 슬픔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슬픔이 다가올 때면 나는 견디기가 힘들었고

때로는 너무 슬퍼서 아픈 가슴을 칼로 찌르면 덜 아플까 생각하곤 했다.


대신에 슬픔이 이토록 생을 갉아먹는다면 오래 살지는 않겠구나, 안심을 했다.


하늘이 있어서 귀해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넘치는 사랑 속에 살도록 했다면 그건 넘치는 슬픔 속에서도 살도록 했다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항상 나를 슬프게 한다.


행복한 기억은 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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