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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ug 17. 2019

Be

[오은 시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Be


너는 원래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어디에든 있을 수 있었다


되고 싶은 건 다 되어볼 수 있었다

엄마의 자궁 안에서


너는

아침에는 팔랑거리는 커튼

낮에는 팔랑거리는 나비

저녁에는 팔랑거리는 손짓

밤에는 팔랑거리는 파랑


너는 꿈속에서도

무엇이 되어 어디에 간다

물결을 일으키며

또다시 어디에 가서 또다른 무엇이 된다


진흙탕 위에서

고양이 옆에서

소나무 아래서


너는 너의 신분을 잊고

자격을 포기하고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며, 함께 갸릉갸릉 울다가, 홀로 초연해진다


- 오은 Be 중에서






처음에 이 시를 오디오로 들었는데, 그때 be가 비(rain)인줄 알았다. 물은 액체도 고체도 기체도 될 수 있으니까 뭐든 될 수 있다는 의미구나. 이걸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하다니! 하면서 놀랐었다.

요즘처럼 살길이 막막할 때,
잘 살고 있는 건지 날 밀어붙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시를 읽는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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