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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ug 14. 2019

여인숙

[류시화 잠언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의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제일 좋아하는 시다.

고등학교 때 왠지 마음이 힘들어질 때면 이 시집을 미친듯이 읽어댔다.

그러고 나면 누구든 그러려니 할 수 있는 힘같은 게 생겼다.


[시 읽는 시간]에 올리고 있는 시는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시들이다. 

그래서 기억 속에 '아 이건 꼭 올려야지'하는 것들을 올리고 있다.

아직 올리고 싶은 시가 많아서 만족스럽다. 글감이 풍부하다고 느끼는 건 쉬운일이 아니니까.


놀랍게도 이 시는 내가 매일 아침 '마음보기' 명상앱을 통해 듣고 있는 시의 저자와 일치했다.

아침에 루미의 시를 들으면서 일어나는데, 예전에 명상을 모를 때도 루미를 좋아했었다니!

고등학교 때 관심을 가졌던 작은 연결점들이 내 삶에서 확장된 걸 느낄 때 스스로가 대견하다.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는 거지'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절로 올라온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시가 그 부분을 가장 잘 드러낸다.

슬픔도, 기쁨도, 절망도, 고통도 손님처럼 맞기. 모든 손님이 안내자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그때도 지금도 감정 기복이 심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여서 여전히 이 시가 좋다.



[시 읽는 시간]은?

매일 좋아하는 시를 조금씩 공유해보는 코너에요.

저에게 시를 읽는다는 건 어떤 시간을 견디는 거에요. 

버티는 힘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문장을 먹으면서 시간을 쥐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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