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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Aug 14. 2019

공부안하면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해야 한다고?

[씨줄날줄] 폭염노동/전경하 논설위원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81&aid=0003021427&sid1=110&opinionType=todayColumns


기사에 달린 첫 번째 댓글은 '이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해'였다. 폭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여건을 개선하자고 하는 칼럼에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댓글을 다는 사고회로는 뭘까를 고민했다. 맞다. 사실 우린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 공부해야 한다는 식의 교육을 받으면서 컸다. 혹한 더위나 추위에 일해야 하는 공포를 공부의 동기로 자극받으면서 자랐다. "공부 안하면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해야 해"같은 격언을 주워들으면서 말이다. 


이런 격언들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 사이에 위계를 형성했다. 공부를 안했으니까 저런 대우를 받아도 괜찮다는 면죄부를 준다. 내가 육체노동을 할지, 정신노동을 할지 개인이 선택할 수 있을까. 흙수저와 금수저를 선택하는 것 만큼 그 선택의 폭은 매우 협소하다. 노오력으로 안되는 부분이 훨씬 크다. 소득에 따라 대학진학률 차이가 현저하게 나는 게 현실이다. 전북대 반상진 교수와 조영재 박사과정 수료생이 2014년 2월 한국교육고용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소득계층별 자녀의 대학진학 격차 분석’ 논문을 보면  월소득이 400만원을 초과하는 계층에서는 10개 유명 대학 진학률이 28.4%였으나 월소득 100만원 이하 계층에서는 1.6%에 불과했다. 소득 최상위 집단의 자녀는 소득 하위 집단의 자녀보다 유명 대학 진학률이 17배 이상 높다.(한겨레 기사 '[양극화, 문제는 분배다]상·하 계층 자녀 대학 진학률 24%P 차이… ‘돈’이 ‘꿈’도 갈라놨다' 참고)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진 모르지만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이토록 촘촘한 차별을 느슨하게 만드는 데 힘쓰고 싶다. 칼럼에서 '어느 하청업체 소속이냐에 따라 폭염노동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차이가 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고 많은 얼굴들이 생각났다. 학교에서 청소해주시는 분들, 쓰레기 분리수거해주시는 분들. 학교 청소시설과 분리수거에도 계급이 있다. 원청 업체 분들은 본관이나 정문에서 가까운 건물에서 일하시고, 하청 업체 분들은 높고 위험한 건물에서 일하신다. 작년 우리학교 예술관에서 하청업체 직원분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낮에는 원청 업체분들이, 밤에는 하청업체분들이 하신다. 차별의 그물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너머 단계별로 촘촘하게 잔존해있다. 


적어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적정 온도에서 일한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다. 더울 때 더운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데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아직 세상에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하는 어른으로 크고 싶다. 작년에 좋아했던 한채윤 칼럼에 이런 맥락이 있었다. '폭염이 모두에게 똑같은 더위가 아니듯이 우리사회에 만연한 차별이 모두에게 똑같은 온도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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