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별에 못을 박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이 시를 읽고 나서부터 시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내게 시를 알려준 건 미미라는 친구다. 그는 내게 우정, 사랑, 애틋함, 존경, 고마움, 순간, 찰나 같은 단어를 느끼게 해줬다. 터널 같던 고등학교 시절, 야자가 끝나고 집가는 길에 이 시에 대해 얘기해줬다. 나는 굳이 우리 집에서 한 역 더 먼 지하철을 타곤했는데, 잠시라도 친구와 조잘거리고 싶어서였다. 그때 미미와 있으면 입시제도를 초월해서 서로에게 본질적인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별을 보면 아픔을 걸었던 자리를 떠올리던 우리가 생각난다. 미미도 아픔 말고, 그때의 우리를 떠올리면서 웃길, 오늘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