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 11월 셋째주
+ 초심자의 행운
이번주 수업에서 '악플방지법'에 관한 글을 썼다. 이전부터 관심있던 주제라서 쓰기 쉽고 재밌었다. 잘 써져서 내가 논술 쓰기에 획기적인 재능이 있나 달콤하게 상상했다. 정해진 루틴을 정해놓고 3시간 정도 이틀에 걸쳐서 자료조사를 하고 쓰니까 좋았다. 목/금 정도 자료 조사를 하고, 내기 직전에 퇴고해서 내는 게 가장 좋은 루틴인 것 같다. 어느 정도 자료조사를 하고 수업을 들으니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찾아온 자료들이 이미 다 본 글이었다. 이런 효능감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드백을 받고 바로 퇴고했다.
쥐고 있는 완성글이 없어서 지난 1년은 버린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리저리 봐둔 게 있어서 근거를 연결하는 방법 정도는 전보다 나아졌다고 느꼈다. (서당개풍월설) 글을 구성하는 법을 정리해둬야겠다고 매주 결심하는데 까먹는다. 이번주에는 내일은 꼭 정리해둬야지.
+ 좋아하는 분야
내가 젤 공부를 잘했던 때를 돌이켜보면 흐름을 끊지 않았거나, 좋아하는 공부를 했거나 둘중 하나였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효능감을 느낄 수 있게 계속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좋아하는 공부를 사이사이에 끼워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일찍 일어나고 싶어졌다. 특히 모니터링은 너무 재밌어서 미쳐버릴 것 같다. 좀 더 섬세하고 자세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뭔가를 보고 그걸 잘 말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어릴 때부터 있었던 것 같다. 학부 때 배운 비평을 좀더 갈고 닦아서 신춘문예에 도전해보고 싶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페미니즘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도 써보고 싶다.
+ 괜찮은 어른
수업해주시는 pd님은 좋은 어른인 것 같다. (혹시 이 글을 볼 일은 없겠지) 1년에 30명도 안 뽑는 좁은 구멍이라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안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그래도 지금 이 시간이 낭비가 되지 않게, 자기를 알아가고 남길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뭔가를 남기지 못해도 내가 나를 위해서 어떤 걸 지금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다. 이 시험이 안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라면 가치있지 않을까. 내가 애정하는 뱀꼬리 인형언니는 언시 공부를 했던 시간이 그 어떤 공부보다 유익했다고 했다. 이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나도 일부 공감했다. 책읽고, 영화보고, 글쓰는 공부라서 잘 활용하면 내적 자산을 쌓을 수 있는 시기가 될 수 있다.
+ 굿플레이스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근처에서 밥먹고 생활하는 게 젤 편하다. 도서관에 신문 있던데 구독취소할까..
+ 어떻게 피드백할지 궁금하다
기획안 스터디를 하는데 다음주가 발표다. 망할 내가 발표한다. 왜 발표를 내가 한다고 했을까. 왜 그랬니? 너무너무 두렵고 떨린다. 조원 한분이 우리가 고민한 기획안에 대해서 어떤 피드백을 해줄지 궁금하다고 했다. 나도 그런 성장형 사고를 갖고 싶다. '겁난다'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알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 그런 사고 방식. 멋있는 것 같다. 그래서 멋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좋아하셨다. 발표전까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이 경험이 나한테 어떤 성장을 주는지에 집중하고 싶다. 팀플을 하면서 혼자서는 절대 몰랐을 관점을 알아가고 있어서 좋다.
+ 발견
다람이랑 대화하면서 세상살이에 대해 분석하고 관찰하는 거에 관심이 많은 인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람이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국제개발협력 권위자다. 다람이에게 이리저리 궁금했던 국제 이슈도 물어보는 게 재밌었다. 조금만 흥미를 복돋아 주는 트리거가 있으면 어떤 공부도 재밌게 할 수 있을텐데 말이지.
+ 용기
원래도 화가 많은데 분노의 역치가 낮아졌다. 무례한 사람을 보면 못 참아내겠다. 의외로 난 좀 잘 참는 편이었다. 김지영이 할말을 토해내는 것처럼 나도 토해내고 있다. 한편으로 '내가 여성이라서 어떤 말을 하고 나면 해코지 당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 마음마저 그냥 바라보고 있다.
+ 롤모델 다람이
다람이가 공부한 양을 보고, 넘 대견하고, 감동적이었다. 뭔가를 그렇게 열심히하는 칭구.. 넘 부럽고 대단하다. 본받고 싶다.
- 몰빵의 위태로움
이번주는 영상인 졸업식이 있었다. 그래서 영상만들기에 올인하다보니 왠지 다른 것들이 흔들흔들했다. 직장을 다니거나 학원을 매일 가는 사람이면 한정적인 시간에 만들었겠지만 내 시간을 자유 자제로 쓸 수 있다 보니까,, 시간적 공간을 마련해두는 게 중요하다. 미리 루틴을 정해놓고 다른 걸 무너지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게다가 영상도 왠지 맘에 썩 들지 않아서 효능감도 떨어지고 더 울적해졌다. 다른 공부가 와르르 무너지고, 마음도 침전했다. 이번주 시사는 따라가긴 했지만 신문을 정독하진 못했고, 칼럼도 많이 못 읽었다. 글감을 모으기도 못했다... 울적.. 지난주에 우선순위 정해서 하는 거 정말 잘했는데 이번주엔 어차피 자꾸 안될 것 같아서 안했던 것 같다. 이번주는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다시 잘 살아보아야지..
- 사랑받고 시포라
내 영상을 모든 사람이 열렬히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더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역시 힘들어. 이건 포기하는 게 짱이다.
- 완벽주의
완벽하게 못할 거 같으면 도망가는 사람. 나야나. 깨보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된다. 특히 재미없는 주제에 대해선 더더욱. 예를 들면 검찰개혁, 분양가상한제 같은 거 너무 벅차다. 사실 벅차다고 말할 게 못되는 게 자료 조사도 안 한다. 못하면 너무너무 도망가고 싶어서 도망가버린다. 그래도 자기객관화해서 다행이지 뭐. 그게 지금이다. 분양가상한제.. 그래 강남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건 우리나라 전체 집값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가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내게 정말로 와닿지 않고.. 또 너무 잘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냥 쟁점에 대해 논하는 걸 넘어서 '한국에서 땅은 어떤 의미인가'같은 주제도 함께 논하고 싶은데 그럴 역량이 안돼서 그냥 도망가고 싶다. 기사라도 읽고 자야지.
이런 더러운 기분이 들 때면 야구경기를 떠올린다. 부산출신이라서 롯데를 응원하는 사람들 근처에서 컸다. 롯데는 내 유년기 동안 거의 대부분 못했다. 아빠는 그 경기의 흐름을 보라고 했다. 어제보다 잘했는지, 못하다가 잘하면서 끝났는지. 잘하면서 끝나면 다음날 흐름이 좋아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겠지.
- 에너지 고갈 +) 다람이와 대화
다람이는 초중고대를 함께 나온 나의 소울메이트인데, 이번주에 오래 준비한 시험을 보러왔다. 최선을 다해서 그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이번주에 사람들한테 쓸 수 있는 친절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 기력이 없었다. 그에게 '내가 정말 지금 에너지가 없어서,,,'라고 말하면서 슬퍼했다. 다람이도 '더 좋은 선물을 사오고 싶었는데,,'하면서 슬퍼했다. 어릴 적부터 느꼈지만 다람이는 처량한 순간을 가장 빛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지금 너 상황에서 누구 한명 재워주고 신경쓰고 하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그래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공감받는 기분이 들어서 고마웠다. 취준을 하다보면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서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순간이 온다. 다람이는 그 결을 정말 잘 보살펴주는 친구다. 어쩌면 비슷하게 성장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다람이와 비슷한 속도로 컸으면 좋겠다.
- 알콜의 위험성
커피를 '거의 절대' 안 마신다. '절대'의 목록에 알콜도 넣어야 겠다. 알콜을 먹으면 잠이 안 온다. 왠지 소화가 될 때까지 총명해진다. 문제는 그 시간동안 마음이 가난해진다. 가난하다는 말이 딱 맞는 극강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평소에 잘만 지냈는데 '너는지금뭐해자니밖이야'를 시전하고 싶었다. 다행히 할 방법이 없어서 못했다. 씁쓸한 마음은 계속 지속됐다. 알콜분해를 못하는 몸뚱아리여서 다음날까지 피곤했다. 왠지 술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자리들에서 음료수를 마셔야 겠다.
- 오지마 월요일
할 일을 다 못했다는 죄책감이 나를 감싸돈다. 다음주는 조금 더 만족스러우면 좋겠다.
- PMS
돌아온 PMS.. 이번주.. 잘 버틸 수 있을까.. 내 기분을 잘 돌보면서.. TT 시작된 PMS의 기운.. 화..이..팅..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나를 알게해줘서 좋네.. 둘다 받아들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