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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Nov 21. 2019

'힐링요가'는 과대광고야!

요가 일기 day1 힐링요가의 시작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15/2019111503890.html 

-일상의 루틴은 어떻게 유지하나요?
"오전에 운동과 요가로 수련을 해요. 그렇게 선순환으로 선수를 치면, 하루가 단단해져요. 좋지 않은 생각이 들어와도 몸이 굳건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요. 그래서 아침의 스타트가 중요해요. 저는 흥이 많아 잉여 에너지가 있어도, 낭비하지 않고 잘 모아뒀다가 현장에서 마음껏 쏟아부어요(웃음)."          


나도 몸을 굳건하게 만들고 싶어서 요가 수업을 등록했다. 하루를 잘 버틸 수 있는 몸을 만들고 나서야 하고 싶은 걸 채워 넣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겨우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결심이 필요했다. 취준생에게 사치스러운 시간이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엄마는 비실비실한 거 보다 났다며 돈을 보내줬다. 나아갈 수 있게 해주면서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엄마에게 감사하다.      


유튜브로 혼자 짧게 하는 요가를 좋아했다. 예전에 요가학원을 다녀봤는데, 10명 넘어서 하는 수업이 내게는 벅찼다. 뻣뻣하고 잘 못 따라는데, 학원에 진도가 빠르게 느껴졌다. 혼자하는 요가는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혼자 의지로 요가 매트에 앉고 유튜브를 켜기란.. 너무 어려웠다. 이걸 매일 같이 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나는 이미 연체동물이 됐을 거다. 돈에서 오는 부채감을 믿자는 마음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가원을 향했다.      


요가원의 첫 인상은 마음에 들었다. 아늑한 조명이 드리워져 있었고, 선생님은 차를 내주셨다. 선생님은 초보인 내게 이것저것 물으셨다. 스트레스 해소나 긴장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힐링 요가’나 ‘테라피 요가’를 추천했다. 힐링이나 테라피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내게 쉬는 시간을 선물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이전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진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토로하니 “요가는 남하고 비교하는 운동이 아니에요”라고 말해주셨다. 따수웠다. “계좌로 돈을 보낼께요”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3주 후 요가원에 발을 들여다 놓게 된다.      


바로 어제 저녁 9시 힐링 요가 시간에 맞춰 요가원으로 향했다. 뻣뻣한 몸뚱이를 넓은 요가원에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힐링 요가’는 힐링이 아니었다. 요가원에 있는 '힐링 요가'는 과대광고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힐링은 누워서 몸을 적당히 푸는 스트레칭 정도다. 요가원의 힐링 요가는 내게 고강도 운동이었다. 땀도 나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선생님은 내 골반이 틀어져 있다고, 골반 운동을 강하게 시켜주셨다. 솔직히 중간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운이 좋게 수강자는 두 명밖에 없었다. 사람이 많았으면 뼛속부터 K-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는 아마 ‘왜 이렇게 못해’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을 거다. 반복해서 몸을 늘리고, 버티고, 호흡했다. 버티는 시간이 변태스럽게도 좋았다. 애쓰는 걸 눈으로 목도하는 건 꽤 기쁜 일이었다.      


‘나마스떼’를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웃으시는데 왠지 마음이 울컥했다. 몸이 굳어 있으셔서 꼭 정기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당부했다. 잔소리를 정말 싫어하는데, 그 말이 진심어린 걱정으로 들렸다. 내 상태에 대해, 그게 몸이든 마음이든 온전히 생각해주는 일이 오랜만이었다. 스마트폰과 잠시 떨어져서 온전히 몸에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요가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몸이 휘청거렸다. 카운터 선생님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처음엔 원래 근육이 풀려서 아파요. 안 나오고 두면 더 아프니까 꼭 계속 나와야 해요.”라고 말했다. 속으로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저녁에 내가 꼭 요가원에 다시 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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