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으로 '실질적 사용자' 정부와 교섭 가능성
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가 사회복지 제도라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사회복지는 국가의 선택적 지원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며, 국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의무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현장을 둘러싼 현실은 이러한 원칙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회복지사들의 노동조건과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사회복지 노동자의 임금이 정부 예산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인건비를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에 묶어두고 있으며, 사업별로 임금이 다른 문제나 호봉 인정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처우 개선을 위해 각종 '처우개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노동자 대표성이 낮고 논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지속되어 왔다. 또, 인건비 인상률과 같은 일부 의제만을 다루다 보니,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통과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사회복지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변화로 평가된다. 개정안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청'에게도 교섭 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임금·근로조건이 정부 예산을 통해 사실상 결정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될 여지가 생기며 '노정교섭(정부와의 단체교섭)'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 셈이다.
이번 개정으로 노조는 인건비의 상위 결정권을 가진 정부를 직접 교섭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면서, 구조적 변화와 제도 개선을 한층 더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장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초기업교섭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행동을 우리 노조가 시행하려 합니다."라며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번 노조법 개정은 사회복지 노동자를 독립된 노동자이자 권리 주체로 인정하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존 처우개선위원회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노정교섭은 현장의 다양한 요구—업무량 조정, 고용승계 보장, 표준임금 체계 마련 등을 보다 폭넓게 다룰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교섭이 성사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될 법적 쟁점, 예산 편성 권한과의 충돌, 중앙정부·지자체 간 책임 소재 문제 등이 향후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사회복지기관의 규모와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교섭 단위 설정 역시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처우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의 질, 나아가 국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이번 노조법 개정이 사회복지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첫 걸음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