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와 만나게 된 것은 한 차별금지법을 공부하는 모임에서였다. K는 틱장애를 앓고 있었고 나는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말의 의미는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다. K를 그저 ‘사람’으로 여기는 것에 가까웠다.
K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관계 속에서만 약자성을 가지게 될 뿐 우리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있었고 더군다나 차별금지법을 공부하는 자리에서 이러한 처사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장애’는 질병과 다르다. 그의 상태이다. 그러니까 그의 상태에 따라서 그가 불편함이 없다면 그에게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장애유무와 상관없이 그는 본질적으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사람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K와 몇 개월을 자주는 아니어도 연락을 하며 지냈고 나에겐 동지이자, 친구가 되었다. 불현듯 K가 ‘안녕’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본인은 안녕하지 않은데 안녕하다고 하면 안녕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안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몇 개월이 지나고 나는 속으로 항상 생각한다.
“안녕하지 않아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