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해야 하는데 아직도 겨울을 보내지 못했다
3월의 폭설은 이제 낯설지 않다.
옷깃을 꽁꽁 여미고 현관을 나서는데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휘익 불어 머리카락을 날린다.
부드러운 바람결이 싫지 않아서
구시렁거림 없이 백미러를 당겨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한다.
습관처럼 히터를 켜고 핸들에 손을 얹어 따뜻해 지기를 기다린다.
바깥은 따뜻한 바람이 부는데
안에서 추위가 느껴지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스산한 바람이 지나간다.
분명 따스한 느낌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묵화 같다.
봄이 오긴 하는 건가?
점심 대신 바닐라 라테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는다.
미처 보내지 못한 겨울을 재촉하는 것처럼
붉게 물들인 안개꽃이 강하게 눈에 들어온다.
겨울이 싫다고
내 마음대로 보낼 수는 없는 것처럼
봄이 기다려진다고 이 또한 재촉할 수 없다.
겨울과 봄 사이에는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시 대기 중 모드로 있어야 한다.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봄 날을 맞는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계절
겨울과... 봄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