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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시공간의 합체

실감 나지 않는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문다는 것.


저녁 무렵의 따뜻한 빛이 산마르코 대성당과 종탑(캄파닐레)을 감싸면서,

깊고 차분한 분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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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의 붉은 벽돌이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도,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이다.


어둡지 않은 공간 속에 있는 사람들이

빛의 강한 대비 속에서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속에 있어도 존재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세상 속에 내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내가 있어 세상이 존재한다.

내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나의 세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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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빛이 내려앉은 이 건축물은

시간이 멈춘 듯한 차분함이 느껴지고,

웅장한 건축물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베네치아의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하다.


나도, 당신도 살아온 만큼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당신이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고난 속에 성장한 모습이거나,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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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공간과 분리하는 듯한 빛의 흐름이 더해지면서

시간의 움직임이 멈춘 듯했다.


가끔씩 멈춘 세상의 시간 속에서 나 혼자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아이의 소원 같은 상상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해보고 싶고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해도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런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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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감동과 감탄을 마주하며 신비롭게 바라보는 것.

내가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믿어지지 않는 묘한 느낌을 잘 담아서

두고두고 그때의 감동을 추억하며

꺼내 보는 일.


고작

그게 다라고 해도


그거면 내 인생이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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