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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버섯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것의 소중함

작년 가을 치악산 둘레길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생김의 버섯을 만났다.

처음엔 버섯인 줄도 몰랐고

그저 사진에 담아왔을 뿐이다.


인간이 만드는 조형물에 감탄스러울 때가 있지만

이렇게 자연이 만들어낸 모습들을 보면

인간이 받는 영감은 모두 자연에서 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 망태버섯은 자라난 직후 몇 시간이

망사모양이 사라지고 외부자극이 있으면

쉽게 주저앉거나 녹아내려 없어진다고 한다.


'숲 속의 레이스 여왕'같은 별칭으로도 불린다는데

생존을 위한 삶의 방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각자에게 맞는 최고의 방법을, 말없이 해내고 있다.




인간은 어떨까?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길일까?"

"이 선택이 후회로 돌아오지 않을까?"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이런 내면의 복잡한 질문들과 감정 속에서 생존을 고민한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의미를 찾고, 관계를 고민하고, 존재의 이유를 묻게 된다.

어쩌면,
그게 인간의 아름다움이자 아이러니한 복잡함일지도 모르겠다.


누가 더 단순하거나 복잡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연은 말 없는 지혜로,

인간은 질문을 통해 의미를 찾는 존재로 살아가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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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에서 같은 프레임 안에, 같은 피사체를 여러 장 찍었다.

너무 신기한 것을 본 그때

나도 모르게 당황하고 있었음이 느껴진다.


하나씩 찍을 수도 있었는데

시간도 없었고 조급 한 마음에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해져서

세 개를 몽땅 넣어 세 컷을 찍고 지나온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그 후 다시 가보지 못했지만

올해는 여름을 지나 초가을이 되면

꼭 다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 만나게 된다면,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사진에 잘 담아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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