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문명론 95편 - 다음 문명의 시작

새로운 문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by 사유의 무지랭이

* 다음 문명의 시작

<새로운 문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중심은 안정적이다.]


중심은 안정적이다.

변화는 주변에서 일어난다.


중심에 있는 것들은

현재의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기존의 구조,

기존의 기준,

기존의 언어.


중심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변화는 중심의 권위를 흔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은

언제나 주변에서 시작된다.


중심이 주목하지 않는 곳,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곳,

소수만이 머무는 곳.


그곳에서 다음 문명의 씨앗이

조용히 싹을 틔운다.


[미세한 실험]


새로운 문명은

거대한 선언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질문,

느린 기록,

사소한 실험.


그 미세한 진동이

구조를 흔든다.


처음에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너무 작고,

너무 느리고,

너무 조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진동은 멈추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진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것을 끌어당긴다.


공진이 시작되는 순간

작은 진동은

거대한 흐름이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이유]


새로운 문명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중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중심은 이미 완성된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된 답이 있는 곳에서는

새로운 질문이 자라지 않는다.


새로운 질문은

아직 답이 없는 곳에서만 태어난다.


그래서 다음 문명은

언제나 질문이 살아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씨앗의 시간]


씨앗은 땅속에 있을 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씨앗은 자라고 있다.


새로운 문명도 마찬가지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것들이

어느 순간 지표면을 뚫고 나온다.


새로운 문명은

언제나 소수에서 시작된다.


소수의 질문,

소수의 실험,

소수의 지속.


그 소수가 오래 버티는 동안

다음 문명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질문하는 존재들이


다음 문명을 만들고 있다.


[그림에만 집중해라]


그림과 상관없는

붓을 썼는지

손을 썼는지

페인트를 내던졌는지에 궁금해하지 마라.


폴락은 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산업용 페인트를 뿌렸다.

기법을 설명하지 않았다.

그림만 남겼다.


허스트는 점의 규칙을 만들었다.

누가 찍었는지는 묻지 않는다.

캔버스에 남은 것이 전부였다.


사유도 마찬가지다.


어느 책에서 왔는지,

누가 먼저 말했는지,

어떤 이론에 기대었는지.


그것은 그림에 들어간 물감의 성분표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캔버스에 남은 작가의 결이다.


출처는 사라져도

캔버스에서 보이는 작품의 결은 영원히 남는다.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

<Straight, No Chaser>

“깡소주“

액션 페인팅과 깡소주


이어 <사유문명론 96편 — 문명을 여는 창>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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