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움직이는 깊은 구조
* 보이지 않는 축
<문명을 움직이는 깊은 구조>
[표면과 깊은 층]
기술이 표면이라면,
가치는 깊은 충에 있다.
표면은 눈에 보이지만,
깊은 층은 보이지 않는다.
표면은 교체된다.
깊은 층은 계승하고 유지된다.
우리는 표면의 변화를
문명의 발전이라고 부른다.
더 빠른 기계,
더 정교한 알고리즘,
더 넓은 네트워크.
그러나 이 표면들 아래에
움직이지 않는 층이 있다.
층이 흔들리지 않는 동안
표면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 층이 무너지는 순간
표면의 화려함도 함께 무너진다.
[축의 역할]
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은 축을 중심으로 돈다.
바퀴는 보이지만 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축이 없으면 바퀴는 돌지 않는다.
문명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것들은 표면에 있고
문명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그것은 언어일 수도 있고,
가치일 수도 있고,
오래 축적된 사유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유가 사라지는 순간
문명은 방향을 잃는다.
[축의 붕괴]
축이 무너지면
화려함은 먼저 남는다.
표면은 당분간 돌아간다.
속도는 유지된다.
숫자는 올라간다.
주변은 눈치채지 못한다.
무너지는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축은 조용히 사라진다.
선언도 없이,
예고도 없이.
그러나 중심이 없는 바퀴는
결국 멈춘다.
소리 없이,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역사 속에서
문명이 무너진 것은
외부의 충격이 아니었다.
내부의 축이 먼저 사라졌다.
사유가 멈췄다.
가치가 형식이 되었다.
언어가 장식이 되었다.
그래서 표면이 화려할수록
축의 붕괴는 소리 없이 찾아온다.
[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축은 설계되지 않는다.
축은 선언되지 않는다.
축은 구호로 세워지지 않는다.
축은
오래 사유한 흔적이 쌓여서 생긴다.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수백 번의 반복에서.
한 사람의 선언이 아니라
오래 걸어온 자들의 발자국에서.
그래서 축을 가진 문명은 조용히 흐른다.
드러내지 않는다.
증명하지 않는다.
설득하려 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오래 그 자리를 지킬 뿐이다.
그 오래됨이 축의 존재의 힘이다.
[사유는 축을 만들어 준다]
문명의 축은 사유다.
사유가 멈추는 순간
문명은 껍질만 남는다.
표면은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힌다.
사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측정되지 않는다.
숫자로 환산되지 도 않는다.
그러나
사유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드러나고 만다.
사유가 있는 문명은
속도가 느려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사유가 없는 문명은
속도가 빨라도 가야 할 방향을 잃는다.
사유가 살아있는 곳에서만
문명은 다시 방향을 찾는다.
그래서
사유는 문명의 껍질이 아니라
문명의 축이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이 사유를 중심으로 돈다.
이것은 또 다른 지동설이며
사유가 중심에 있고
문명이 그 주위를 도는 것이라 정의한다.
* 엔니오 모리코네의 대표작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60주년 기념으로
* “와~ 와~ 와~" 사람 목소리가 악기다.
이어 <사유문명론 95편 - 다음 문명의 시작
새로운 문명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