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섬 Jun 01. 2019

그곳

이책이글 16회_이글_새벽 5시, 공원_151117

집이 있었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살고 있었다.


집들이 있었다.

가까이 붙은 담 사이에 골목길이 있었다.

집은 작았고, 길은 더 좁았다.


공기가 맑았다.

하늘과 가까워 도시의 공기와 떨어져 있었다.

숨을 들이쉬면 구름을 마실 수 있었다.


남산이 보였다.

구석구석 많은 것이 보이고, 많은 곳이 보였다.

누구보다 멀리, 넓게 볼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아서, 집들이 치워졌다.

공원이 생겼다.

더 큰 집들이 층을 만들며 공원을 에워쌌다.

길이 넓어졌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납득했다.

너무 좋았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간혹 몇몇 사람들이 꺼내는 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곳은 어둠을 위한 곳이었다.

가득했던 하루를 덮어주는 곳이었다.

새벽 5시에 사람이 자고 있던 곳이었다.

누군가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처음으로 어둠을 열던 곳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런 곳이었다.

이전 04화 간질간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