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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섬 Jun 02. 2019

다시

이책이글 18회_이글_시인_151201

발걸음이 자꾸 꼬인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을 내딛는 게

이렇게 새삼스럽다.

- 이민규, 35세, 모태솔로, 고백하러 가는 길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떨어졌다.

매달려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떨어진다.

- 김지연, 27세, 헤어진 다음 날


출근을 했다.

일을 한다.

퇴근을 하고 싶다.

- 최승현, 32세, 밤 11시


오랜만에 고향에 간다.

집 앞의 나무마저 그립다.

그 나무 앞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떠나고 싶어질 것을 알고 있지만.

- 김미진, 36세, 미혼


굽혔던 허리를 편다.

그분을 태운 택시가 멀어진다.

입안 가득 머금었던 자존심을 바닥에 뱉어낸다.

- 문대식, 42세, 가장


박스가 많이 나온 날은

기분이 좋아.

그래도 유모차는 무겁지만.

- 김말분, 76세, 딸 둘 아들 셋


크게 숨을 내쉰다.

작게 숨이 내쉬어진다.

종일 굳어있던 얼굴을 펴고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본다.

- 46세, 김윤한, 아빠


같은 반 친구에게 고백을 받았다.

나도 그 친구가 좋다.

혼란스럽다.

- 유지민, 18세, 여고생


아침을 차린다.

점심을 때운다.

저녁을 차린다.

- 이선진, 39세, 지수 엄마


엄청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 끝에 사람이 있었다.

- 박유진, 28세, 길 가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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