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이글 18회_이글_시인_151201
발걸음이 자꾸 꼬인다.
왼발 다음에 오른발을 내딛는 게
이렇게 새삼스럽다.
- 이민규, 35세, 모태솔로, 고백하러 가는 길
계절이 바뀌고 낙엽이 떨어졌다.
매달려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떨어진다.
- 김지연, 27세, 헤어진 다음 날
출근을 했다.
일을 한다.
퇴근을 하고 싶다.
- 최승현, 32세, 밤 11시
오랜만에 고향에 간다.
집 앞의 나무마저 그립다.
그 나무 앞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떠나고 싶어질 것을 알고 있지만.
- 김미진, 36세, 미혼
굽혔던 허리를 편다.
그분을 태운 택시가 멀어진다.
입안 가득 머금었던 자존심을 바닥에 뱉어낸다.
- 문대식, 42세, 가장
박스가 많이 나온 날은
기분이 좋아.
그래도 유모차는 무겁지만.
- 김말분, 76세, 딸 둘 아들 셋
크게 숨을 내쉰다.
작게 숨이 내쉬어진다.
종일 굳어있던 얼굴을 펴고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본다.
- 46세, 김윤한, 아빠
같은 반 친구에게 고백을 받았다.
나도 그 친구가 좋다.
혼란스럽다.
- 유지민, 18세, 여고생
아침을 차린다.
점심을 때운다.
저녁을 차린다.
- 이선진, 39세, 지수 엄마
엄청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 끝에 사람이 있었다.
- 박유진, 28세, 길 가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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