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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섬 Jun 12. 2019

왜?

이책이글 60회_이글_별_170301

놓치고 나면 평생을 따라다니며 잊혀지지 않는 때가 있다.

다 지난 일이고, 수백 번 복기해봤자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지만,

돌이킬 수 없어서 잊혀지지 않는 거니까 뻔한 잔소리는 하지 말자.

잊혀지지 않았다고 매일 생각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문득, 한순간에 그날로 돌아가 이해할 수 없는 나를 만나게 되는

그런 순간이 있다는 말이다.


“선배, 나랑 천문대 가지 않을래요?”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아이가 말했다.

남쪽 어딘가에 천문대가 있는데 별이 그렇게 잘 보인다며,

꼭 가보고 싶은데 혼자는 무서우니 같이 가지 않겠냐고.


선배 밥 먹었어요? 라는 말과 1g도 차이 나지 않는 말투로 툭 던져진 그 아이의 말에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평범하고 소박했다.


'1박 2일로 가는 건가? 잠은 어떻게 자야 하는 거지?’


뭐라고 대답을 했는지,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중요한 말인 것 같았는데.


나는 그 아이를 좋아했었다.

그 아이도 나를 좋아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때, 나는 가지 않았다.

서로를 좋아하는 시기가 조금 엇갈려 마주치지 못했을 뿐이라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생각한다.

자기가 하는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고,

누군가는 그 이유를 알아줄 거라고.

그리고 더 쉽게 생각한다.

저 사람이 하는 행동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고,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를 거라고.


손이 차갑다.

오늘은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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