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이글 72회_이글_마음_180701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가질 수는 없겠습니까? 인류의 미래가 걸려있는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신중해야 해요.”
"그렇다고 기약 없이 미루기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인공지능에 인간의 마음에 해당하는 기능을 만들어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오래도록 이어져 왔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주제가 되는 이 논쟁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작해 철학적인 부분까지 이어져갔고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한지.
마음을 넣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애초에 무엇을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무엇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
그 결과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실무를 담당하는 개발자들이었다.
어찌해야 하는가. 논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기술이라도 먼저 개발해야 하는가. 개발을 하려고 해도 마음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기 전에는 시작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다른 나라, 다른 팀에서 먼저 개발을 시작하면 금방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함이 팀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모든 팀원이 모인 메신저창에서 다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누군가가 말했다.
“일단 작게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요? 지금 바로 마음을 프로그래밍할 수 없다면, 마음이 될 수 있는 싹이라도 심어보자는 거죠.”
그 말이 불씨가 되었다.
어차피 더 미룰 수는 없다.
그리고 당장 마음을 넣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시간만 보낼 수도 없다.
뭐가 됐든 우리가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한다.
팀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에 아주 간단한, 그리고 자신들도 잘 모르는 코드를 한 줄 더해주었다.
막상 저지르고 나자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나 대신 책임을 져줘야 하는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그 사람. 처음 말을 꺼낸 그 사람. 그 사람이 책임을 지는 게 옳다.
팀원들의 마음이 또다시 모아졌다.
누구였더라? 그 사람을 찾아 나섰다. 대화 내역을 뒤졌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자기가 던진 말을 지우고 숨은 뒤였다.
고작 열 명도 안 되는 개발자 집단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끝내 그들은 그 말을 꺼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아직 인공지능에 인간의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