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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섬 Jun 16. 2019

동네 책방

이책이글 68회_이글_추천_180521

“안녕하세요.”

“네?”

“오늘 날씨가 참 덥죠?”

“네?”

“아이스커피랑 냉 녹차, 어떤 게 더 좋으세요?”


주현은 고개를 돌려 방금 들어온 가게의 창에 붙어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동네 책방]


당연히 서점이라고 생각해서 들어왔는데, 카페였나?

주현은 멍한 얼굴로, 앞에서 웃고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오늘은 원두 상태가 좋으니까 아이스커피를 드시는 게 좋겠네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저기 혹시, 여기 카페인가요?”

“당연히 책방이죠.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뭐가 당연하다는건지 모르겠지만, 서점은 맞나보다.

왜 굳이 책방이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주현이 천천히 책장을 살펴보는 동안

그 남자가 아이스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여기 커피 한 잔 드시면서 천천히 보세요."

"네, 고맙습니다. 요즘은 무슨 책이 잘나가나요?"


주현의 물음에 남자가 잠시 고민하다 말을 받았다.


"요즘 기분이 어떠신데요?"

"기분이요?"

"네, 책이라는 게 남들 다 보는걸 보는 것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걸 보는 게 한 줄이라도 더 남는 거니까요."


주현은 남자의 말을 들으며 책장으로 눈을 돌렸다.

기분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남자는 주현의 눈을 따라가며 책장을 읽었다.

주현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있는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글 쓰시려고요?"

“아, 네. 글쓰기에도 기술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머릿속으로는 다 알겠는데, 남들도 알 수 있게 쓰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글쓰기는 언제나 어렵죠. 여기 꽂혀있는 책을 쓴 사람들도 엄청 고생했을 거에요."


남자의 어설픈 오지랖에 주현의 얼굴이 조금 풀어졌다.


"그럼 사장님이 한 권 추천 좀 해주세요. 사장님 맞으시죠?"

"제가 추천하면 사실 거에요?"


남자가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정확한 사랑의 실험] 한번 읽어보세요."

"그게 글쓰기 책이에요?"

"딱히 글쓰기에 관한 책은 아니에요. 그래도 문장이 워낙 좋아서, 내용도 내용인데 문장에 더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원래 책이라는 게 그런 거 같거든요. 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걸 잘하는 방법을 하나씩 설명해주는 책보다 그걸 잘하고 있는 책을 보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거요."


남자는 아예 책장에서 책을 꺼내 주현에게 내밀었다.


"저 믿고 한 번 읽어보세요. 대신 마냥 읽지만 말고 이게 왜 이렇게 잘 읽히는지도 같이 생각해보시고요. 지금 뭘 고민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라도 도움이 될 거에요."


남자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주현도 딱히 거절할 말이 없었다.


"그래요 그럼. 읽어볼게요. 그런데 사장님, 아니 계속 사장님이라고 부르려니까 좀 어색하네. 사장님은 이름이 뭐예요?"

"네?"


계속 웃고 있던 남자가 처음으로 당황했다.


“아, 저는 승현이에요. 민승현.”


책방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주현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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