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으로 떠난 전라도 여행의 종착지, 군산
담양-목포-영암을 찍고 온 무계획 투어를 마치고, 다음날은 군산 일정이 잡혀있었다.
사실 별다른 계획도, 목표도 없었지만 군산이 가장 기대됐던 이유는 게스트하우스 때문이었다.
회사에 친한 동료들이 연휴동안 자전거로 충청도 투어를 마치고 군산으로 오는 일정이 있었고, 서로서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게된 것!
군산에 가장 유명한 여행지역인 일본가옥 바로 입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달>은 3층으로 되어있었다.
1층은 꽤 넓은 카페였고, 2층과 3층은 게스트하우스다. 3층은 옥탑방처럼 되어있는데, 1층에서 바로 올라가는 통로도 있고 옥상까지 사용할 수 있어 꽤 낭만적이었다.
나와 함께 간 언니는 2층방에 묵었고, 방은 깨끗하고 아늑했다. 매트리스가 너무 딱딱해 허리가 아팠던 걸 빼곤 다 좋았다.
광주에서 느즈막히 출발해 군산 게스트하우스에서 노닥거리고 있다가, 회사 동료들 중에 이 계획을 모르고있던 전 인턴동기 오빠를 깜짝 놀래켜 준 것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ㅎㅎ
군산은 조용했고, 예쁜 도시였다.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던 가옥들도 많이 남아있었고,
일본 유후인 한 골목에서 보았던 것 같은 도자기 찻잔 파는 곳도 있었지만 문을 닫아 아쉬웠다.
약간 길치같은 나에게는 뺑뺑 돌아도 자꾸 새로운 곳이 나와서 오히려 좋았다.
일본가옥 블록이 끝나는 곳에는 바닷가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회사 동료들을 만나서 바닷바람 맞으며 탕수육에 이과두주 한 잔 한 것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갔느냐-일까?
밤 늦은시간까지 군산치킨을 시켜 술과 함께 먹었던 것도 봄 밤의 추억으로 남았다.
군산은 이성당 빵집 말고는 크게 유명한 식당이 없었다. 소고기 무국을 파는 집이 있었으나 무국은 집에서 먹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게스트하우스 조식을 먹고 좀 더 뒹굴다 나와서 눈에 보이는 해물곱돌솥밥을 먹었다. 밥에 버터를 바른듯 고소하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군산은 작은 도시라, 다음날까지 돌아볼 시간이 충분했다.
일본가옥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아무 책이나 집어읽고,
몇시간을 게으르게 앉아있다 <경암동 철길마을>로 떠났다.
철길마을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간혹 교복도 빌려주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날도 덥고 도저히 그러고싶진 않아서 구경만 했다. 커플로 온 젊은 친구들은 정말 느낌있고 좋을 것 같았다(흑)
중간중간 가게에서 옛날 주전부리들도 팔았다. 쫀드기 등을 구워먹을 수 있게 부루스타도 있었다.
나는 언니랑 자몽맥주를 하나 사서 나눠먹었는데, 위에 생 자몽 반쪽을 위에 설탕을 뿌려 토치에 녹여주어 달짝지근하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군산은 작고 금방 볼 수 있는 도시여서 군산만을 보러 오는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행지에서 여유롭고 편하게 있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예쁜 건물들과 마을을 보니 여행온 느낌도 물씬 나고 좋았다.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한 동료들 덕분에 즐거운 밤을 보냈다.
5월 황금연휴에 여러가지 이유로 비행기를 못타고 짧은 국내여행+집에서 휴식을 택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여행은 어디로 떠나건 늘 에너지를 준다. 이제 한 달정도 휴식을 취하다 6월에 다시 제주도로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