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건 나일까, 친구들일까
육아하며 찾아온 지독한 외로움
모두가 집밖을 나서지 않은 겨울엔 이런 기분이 들지않았다.
오미크론이 심하기도 했고, 딱히 겨울에는 누가 누굴 만나 논다는 게 부럽지 않았다.
아, 날도 춥고 미세먼지도 심한데 집이 최고지-
집에서 애기 보는 것만 해도 체력고갈이야-
그러던 내가,
아이낳고 1년간 딱히 외로움을 느끼지 않던 내가,
요즘들어 친구들과의 세계를 떠나온 것같은 기분과
친한 무리가 없어졌다는 소외감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나 말고는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은 친구 무리가 있다.
심지어 세명은 싱글, 한명은 결혼했지만 아이가 없다.
말로만 매번 "애기 보러 너희집 가야하는데" "한번도 못봤는데 이번엔 가야지" 라고 하지만
정작 날짜를 잡으려고 하다보면
"어떤 연예인 공연 예매해놨다" "그날은 술모임이 있다"는 핑계로 어그러진다.
말만 하는 약속은 이미 익숙하다.
다들 애엄마한텐 인사치레처럼 "애기 보러 한번 갈게" 라고 하는게 국룰인가 싶을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 무리에서마저 이런 기분을 느끼고있던 찰나,
친구들끼리 여행간 사진이 SNS에 올라오는걸 실시간으로 봐버렸다.
그래 뭐, 나한테 말하고 여행가야하는건 아니고,
나한테 못만난다고 했던 날짜에 너희끼리 만날수도 있긴 한데,
그냥 그 현실을 눈으로 보면서 머리로 깨달아버렸다. 아, 정말 멀어졌구나-
딸과 남편이라는 가장 친한 친구가 생긴 이후,
어찌보면 그들의 입장에선 본인들은 예전 그대론데
내가 (아이를 키우느라)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거겠지만
나는 그들이 이제 영영 다른 길을 가고있는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진다.
한때 친했었던, 그러나 이젠 친하지 않은 친구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적잖은 소외감과 외로움을 마주한다.
한편으론 눈앞에 닥친 애 양육과 교육에 대한 고민,
양가 가족들을 챙겨야 하고 복직까지 앞둔 내 상황에
친구들마저 손에 쥐고 가기란 욕심인가 싶은 생각도 들면서,
이제 나는 '친한 친구 무리' 라고 할 수 있는게 없어진 것같아 우울함이 바닥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