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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Nov 10. 2023

친정엄마의 중둔근이 더 바들바들 떨리게 해 주세요

필라테스 리포머 위에서 친정엄마의 엉덩이 근육을 만들어주자


친정엄마는 필라테스 가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50분이라 짧다면 짧지만 집에서 나와

기분도 리프레쉬되고,

'내가 운동을 하고 있다니'라는

 새삼 신기한 감정이 들면서,


너무 힘들지는 않지만 적당히 근육에 기분 좋은 자극이 남아 뿌듯하다고 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눈으로도 보이는 발전에 스스로 더 뿌듯해하는 것 같았으나 오늘의 운동은 스스로에게 좀 충격적이었다보다.


엄마는 엉덩이 근육이 정말 하나도,

 단 하나도 없었다.


리포머 운동이 끝나고 멘탈털린 엄마와 그 모습이 웃긴 나

리포머라는 운동기구는 필라테스를 얘기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떠올리는 운동기구로,

본인의 운동능력에 맞게 스프링으로 탄성을 조절하며 운동 강도를 맞출 수 있다.


이 기구 위에서 간단한 준비동작과 어깨 관절 가동성을 넓히는 동작을 하고,

오늘의 메인 운동인 엉덩이 운동:중둔근 운동을 하기 위해 옆으로 돌아누워

스트랩을 다리에 끼는 순간-

 

엄마의 몸이 스프링 반대방향으로 스르륵 딸려 올라갔다.


스트랩에 저항하는 엉덩이 힘과 다리 힘이 약해 , 아주 약한 강도의 스프링도 견뎌내지 못하고 딸려 올라간 것이다.


곧잘 동작을 따라 하던 엄마였기에

강사님과 나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당황스러운 건 엄마 본인이었다.


다리힘이 없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하다고?


강사님이 수차례 자세를 다시 잡아주고 힘 들어가는 부위를 손으로 짚어줘도 엄마의 엉덩이 근육은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중둔근이라고 불리는 근육은

엉덩이 근육 중 일부로,

 중둔근 운동은 단순히 애플힙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 아니다.


중둔근은 보행을 할 때 쓰이는 메인 근육이자 고관절의 회전을 보조하고 자세유지를 하는

중요한 근육이라,

중둔근이 약해지면 허리는 물론이고 고관절, 무릎까지 영향을 준다.


당연히 보행이 이상해지고 다리에 안정감이 없어지는 원인이 된다.


고등학교 이후 40년 동안 운동을 하지 않은 친정엄마는 덩이 근육이 없었고,

무릎은 점점 오자 다리가 되어가고 있다.


당연히 무릎도 안 좋고, 고관절도 안 좋다. 중둔근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다.



60이 넘어 처음 중둔근 운동을 한 친정엄마는 충격에 빠졌다.  이렇게까지 다리에 힘이 없다니?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의지가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이 운동을 잘해서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면

 다리에 힘이 없는 게 많이 개선될 것 같다는

희망이 보인 듯했다.


휘어진 다리도 좀 나아지겠지?
적어도 90세에 구부정하게 걷는 외할아버지와 똑같은 자세는 되지 않겠지?라는 희망.


네 번째 수업날 엄마의 땡땡이로

나 혼자 1:1 레슨을 한 것처럼,

여덟 번째 수업날엔 내 일정 때문에

엄마가 혼자 1:1 레슨을 하게 됐다.


필라테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개인수업이 부끄러워 나랑 같이 운동하고 싶어 한 친정엄마는 이젠 혼자 하는 수업을 기대하고 있다.


강사님께도 "다음번 개인수업 때 엉덩이 더 많이 조져주세요!!!" 하고 부탁드렸다.

개인 레슨에서 엄마의 엉덩이가 더 많이 바들바들 떨리고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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