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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륜 May 15. 2016

직장인 요리배우기

입사 후 취미생활 첫번째, 쿠킹클래스

그동안에도 영화제다 여행이다 이런저런 취미를 즐겼지만, 직장인이 되고 가장 하고싶었던 것은 '거금이 들더라도 돈 걱정 하지말고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워보는' 거였다. 회사 내에서의 신분이 안정적으로 바뀌게 되자, 그동안 미뤄왔던 여러 취미생활을 하나씩 해보기 시작했다.


그 중 첫번째가 쿠킹클래스였다.

'요리 잘 하는 여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꼭 미래의 남편을 위해 준비하는 요리가 아니라, 혼자라도 '한 끼 식사를 잘 챙겨먹는 사람'은 자신의 삶과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스트레스 받으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고, 화가 나면 '매운거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고, 우울할 땐 '단거 먹고싶다'는 말을 한다. 먹는다는건 그만큼 중요하다. 비단 몸의 건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물론, 직장 초년생인 내가 거금을 들여 쿠킹클래스를 신청한 이유가

'여성성'을 강조해 남자친구를 꽉 잡아두고 싶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마침 집 근처(이자 회사와도 멀지않은) 곳에 제2롯데월드가 생겼고, 그곳에는 전면이 유리로 된, 진짜 시설 하나 끝짱나게 좋은 쿠킹스튜디오가 생겼다. 마침 오픈 이벤트로 수강료를 50% 할인했고 (그럼에도 비쌌다) 그 마케팅에 혹해 요리코스와 케이크코스, 두가지를 신청했다.

수업은 내가 원하는 시간을 매번 선택할 수 있었고, 덕분에 회사에 일이 있거나 하는 날을 피해서 비교적 마음 편하게 참석할 수 있었다. 소규모로 진행되기에 과외받는 느낌도 들었지만, 나와 잘 안맞는 사람들과 같은 조가 된다거나 진상이 껴있다거나(설거지 안하고 튀기 등등..) 하면 내 돈 주고 참석한 수업에 내 기분이 나빠지는 정말 두 배로 찝찝한 경험을 하고 오기도 했다.

일본 요리학원의 분점이었기 때문에, 쓰는 식재료나 맛, 심지어 조리도구까지 전부 일본거였다.

그래서 썩 아주 맛있는 음식이라기 보다는, 아 일본에서는 이렇게 해서 먹는구나- 라는 느낌이 더 강한 요리들이었다. 집에서 갖추고 있지 않은 갖가지 향신료와 재료들로 요리할 때에는 좀 아쉽기도 했다. (나중에 쓰겠지만, 이런 이유로 다음부터는 문화센터 쿠킹클래스로 옮겼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 특히 냄비밥 짓는 방법, 재료 손질법, 버터 등의 재료 보관법, 밀가루 반죽하는 방법 등은 아주 유용하게 잘 활용하고 있다.



총 12회의 수업을 나가면서 때로는 포장해서 남자친구와 공원에 나가 먹기도 하고, 때로는 스튜디오 한켠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먹고 오기도 했다. 수업에서 배운 냄비밥으로 도시락을 지어 나들이도 갔다.

매달 바뀌는 요리 메뉴들 덕분에 골라서 배우는 재미도 있었고,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나눠먹는 재미를 알게 해주기도 했지만 음식이 그닥 입에 맞지 않기도 했고 돈에 비해서는 좀 배우는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딱 12회가 끝나고 나서는 더이상 연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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