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싯다르타를 읽고,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다

by 사유독자


1. 만족하지 않는 마음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다

내게 모든 게 있었던 시절이 있다.
사랑받았고, 인정받았고, 별 탈 없이 잘 살았다.
남들이 보기엔 충분히 괜찮은 삶.

하지만 내 안엔 늘 어떤 “허기” 같은 것이 있었다.
그건 배고픔이 아니라, 존재의 갈증이었다.

『싯다르타』를 읽으면서, 나는 그 허기의 이름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알게 됐다.
브라만의 아들로 부족함 없이 자란 싯다르타가 느꼈던 감정.
“나는 아직 나를 찾지 못했다.”
그 말은 마치 나의 것이었다.

모든 걸 갖고도 어딘가 비어 있다는 감각.
그건 삶을 다시 묻게 만든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게 정말 나인가?”




2. 남의 길을 따라가면 내 길을 잃는다

싯다르타는 고행을 택하고, 배움을 찾아 떠난다.
심지어 깨달음을 얻은 ‘부처’를 만나지만,
그조차도 따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길은 부처의 것이니까.
진리는 흠모할 수 있지만,
각자의 길은 스스로 걸어야 한다는 걸 그는 안다.

그 순간이 참 인상 깊었다.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길을
남의 기준에 맞춰 선택하며 살아왔을까.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딸, 좋은 사람…
그 모든 ‘좋음’ 속에서,
정작 나는 빠져 있었던 건 아닐까.




3. 흔들리고, 망가질수록 진짜가 보이더라

싯다르타는 도시로 내려가 인간적인 삶을 산다.
사랑하고, 돈을 벌고, 욕망에 취한다.
그리고 결국 지치고, 허무하고, 텅 비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가장 아프게 와닿았다.
이제는 나도 알아버렸다.
겉으로 아무리 잘 살아 보여도,
내가 나와 멀어지면 삶은 점점 무거워진다.

싯다르타가 강가에 쓰러져 울던 장면,
나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시작이었다고 느꼈다.
눈물로 가득 찬 강가,
거기서 그는 처음으로 자기 안의 소리를 듣는다.




4. 말보다 고요가 말해주는 것들

강가에서 그는 늙은 뱃사공 바수데바를 만나 함께 산다.
말을 가르치지 않는 스승,
조언하지 않고 대신 들어주는 사람.

그와 함께 싯다르타는 배를 젓고,
강의 물소리를 듣고,
자기 안에 흐르는 강을 듣는다.

그제야 그는 말없이 웃을 수 있었다.
예전엔 “이게 정답이야”라고 말하던 사람이,
이제는 그냥 미소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게 아마, 가장 깊은 이해일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침묵 속에 깃든 사랑.
지켜봐 주는 존재가 주는 위로.




5. 내 안에도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아직 그 강가에 닿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안에도 조용히 흐르고 있는 무언가를 느낀다.
아직 작고 약하지만,
그 물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지금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있는가?”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질문만은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여운처럼 남은 한 줄

“진리는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진리는 살아지는 것이다.”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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