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탐러들의 하루

얼굴 없는 참여자들

by 사유독자


오늘도 관찰 중인가?
그들은 늘 바쁘다.
말을 건네지도, 관계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으면서
누군가의 하루를 꾸준히 들여다본다.
어디에 갔는지 무엇을 골랐는지
누구와 웃고 있었는지까지.
관계는 맺지 않지만 정보는 수집한다.
질문은 없고 추적만 있다.
존재감은 없는데 시선만 남아 있다.
염탐은 관심처럼 보이지만 실은 관심이 아니다.
관심은 다가가지만
염탐은 멀리서 확인만 한다.
다가갈 용기 대신 관찰이라는 안전한 자리를 택한 선택이다.
가끔 그 시선은 따라 하기로 이어진다.
비슷한 선택 비슷한 말 비슷한 취향.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손민수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 삶을
잠시 빌려 입어보고 싶은 걸까.
염탐러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자기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 타인의 장면을 훔쳐 와
자신의 빈칸을 채운다.
하지만 채워지는 건 거의 없다.
비교는 더 커지고, 불안은 더 정교해진다.
염탐은 타인을 보는 행동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보지 않기 위한 회피다.
내가 뭘 원하는지,
왜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그 질문을 건너뛰기 위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관계 밖에서,
대화 없이,
확인만 하며.
어쩌면 한 번쯤은
이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정말 저 사람의 삶인가,
아니면
마주하기 어려운 내 모습의 그림자인가.
염탐은 편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오래 머물수록
삶은 점점 더 남의 것이 된다.
관찰을 멈추고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것,
그게 염탐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