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사마다 달라지는 나
나는 어떤 말을 전할 때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 많아졌다는 건 단순히 말이 느려졌다는 뜻이 아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어떤 문장, 어떤 단어, 어떤 어조, 어떤 톤으로 전해야 할지를 고민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늘 머뭇거리거나 망설인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이제는 ‘어떻게 들릴지’까지 함께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다른 성격의 내가 된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맞춰주는 사람’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만 느끼지 않는다. 맞추는 게 아니라 나에겐 그저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대의 온도에 맞춰 스스로의 톤을 조절하는 건 나에게 억지나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내 방식이다.
이런 태도는 말뿐 아니라, 글을 읽을 때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나는 어떤 문장을 읽으면 ‘이 문장을 왜 이렇게 썼을까?’부터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책은 글씨 크기부터 폰트까지 다르다. 종이 질감, 문장의 호흡, 단어의 배열까지 —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그걸 느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모든 문장에는 이유가 있고, 모든 선택에는 의도가 있다.
그래서 나는 문장 너머의 의미를 읽는 걸 좋아한다. 그게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MBTI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엔 결과가 늘 같았다. ESFJ.
친구들이 “너 완전 ESFJ야”라고 말하면, 나도 “그렇지, 나 원래 이래” 하며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해도 결과는 늘 같았다. 비율만 조금 달라질 뿐, 나는 늘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내가 E인지 I인지, F인지 T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예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해졌고, 감정보다 논리를 앞세울 때도 생겼다. 그래서 오랜만에 GPT에게 긴 검사지로 된 MBTI 테스트 사이트를 추천받아 세 사이트에서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세 곳 모두 완전히 다른 MBTI가 나왔다.
검사를 하면서 느꼈다.
“이 질문은 왠지 의도가 보이는데..”
“근데 이 성향도 나한테 있고, 반대 성향도 분명히 있어.”
상황이 다르면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맥락에서, 어떤 감정 상태일 때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지금의 나’가 어떤 장면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모든 답이 다 ‘진짜 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고정된 사람이라기보다, 살아 있는 사람이고, 맥락에 반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과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나로 움직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